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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엔 투 바 킥 (Yen Tu Ba Kich) 와인

by FarEastReader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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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냐짱 (Nha Trang) 근처에 위치한 깜라인 (Cam Ranh) 지역의 특산 술이다. 일단 와인이라고는 되어 있지만 원료가 포도가 아니고 한자로는 파극천이라고 하는 '바킥 (Ba Kich)' 이라고 하는 도라지 같이 생긴 약재이다.

 

이 바킥이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정력에 좋다는 그런 컨셉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어 인스타 계정도 있긴 있는데... 인기가 별로 없어서 곧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정도로 아직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인스타 계정 링크>

https://www.instagram.com/ba_kich_wine/

인스타 계정 게시물 하나를 퍼왔다

 

실제로 술의 색은 정말 보라색 물감 빛깔이다. 와인과는 구분이 되는 진보라빛 색채가 매우 독특하다. 향에서부터 짙은 한약재 향이 나기 때문에 상당히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 마셔 보니 상당히 썼다. 인삼과 비슷한 향이 나는데, 인삼보다 훨씬 쓴맛을 가진 술이다.

 

그러나 맛에서도, 향에서도 살짝 단맛을 내포하고 있다. 아마 술 자체는 27도인 걸 보면, 무언가 곡식을 가지고 증류를 한 후, 거기에 이 바킥 뿌리 진액을 넣은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곡주 증류주 특유의 단맛과 강렬한 알콜 킥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세한 제조 방법을 알 수가 없기에 (베트남어를 못한다), 그렇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이 술을 와인 (wine)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명칭인 것 같으나, 인스타그램 ID도 ba kich wine이라고 되어 있고, 술 라벨에도 당당히 Yen Tu Ba Kich Wine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니 일단 이 명칭을 따르기로 하겠다.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 특히 위스키 같은 증류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나름 해산물이나 동남아시아 스타일 요리와 함께 곁들이면 상당히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닐까 한다. 동남아시아 음식 특유의 풍미와 은근 대척점에 있으면서 궁함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산미와 강렬한 향신료의 맛을 잘 중화시켜줄 것 같고, 해산물의 다소 비릿한 맛도 잘 잡아 줄 것 같다. 

 

그리고 도라지나 이런 반찬이 그렇듯, 쌉싸름한 맛이 고기와도 은근 잘 어울리며 느끼함을 잘 잡아 주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이 술은 분명 음식과 함께 곁들였을 때 훨씬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다만 술 자체는 단독으로 즐겼을 때엔 그 쓴맛과 향이 너무 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은근 이 쓴맛도 중독성이 있고, 뒷맛으로 다가오는 생 사탕수수같은 달콤함이 정말 인상적이다.

 

도수가 27도로 높기 때문에 은근히 취하기 쉽지만, 깨끗하게 잘 증류를 하고 숙성을 거쳐서인지 숙취가 거의 없고, 질감도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향이 진하지만 또 피니쉬나 입 안에서의 알콜감도 꽤 독특하고 성숙한 이미지라서 놀랐다. 베트남도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베트남은 휴양지로서의 이미지, 베트남 전쟁에서의 용맹하고 과감한 이미지, 그리고 근면 성실한 국민들, 다소 특이하게도 숙청이 없는 공산당... 이런 이미지인데, 여기도 인구 9천만의 대국인데다가 풍부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역시 술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 보면 일본과 중국 또한 정말 유럽 뺨치게 아주 훌륭한 술들을 자랑하는데, 베트남이라고 이런 술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무지의 소치이자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베트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특별한 선입견도 없지만, 이렇게 특이하고 재미있는 술을 만나고 보니 갑자기 좀 더 이 베트남이라는 나라와 이 나라의 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왜 알콜을 섭취하는걸까? 문득 정말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 이것도 독이라면 독일텐데, 도대체 술의 매력이나 효용, 아니면 본질적인 긍정적 기능은 무엇일까 참 궁금하다. 무엇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을 이다지도 다양하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사람을 이끄는 것일까? 전 세계의 술을 맛볼때마다, 이 '술'이라는 글로벌적인 현상이 정말 궁금해진다. 

Rượu Ba kích Yên T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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