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서 막걸리를 좀 쟁여 두었다. 평소에 마시고 싶었던 가성비 막걸리를 한번에 주문해 보았다. 그 중 이번에 마셔본 것이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인 충북 담양의 막걸리인 죽향 막걸리였다.
이 전남 담양의 죽향도가에서 만드는 죽향 막걸리도 어느 정도 익숙한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고, 또 달콤하지만 살짝 시골스러운 느낌이 있는 그런 막걸리 말이다.
이 죽향도가 죽향 막걸리는 먼저 달고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약간 인위적이고 진득한 단맛이 느껴져 라벨을 살펴 보니, 아닌게 아니라 물엿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차라리 아스파탐은 괜찮은데 과당이나 물엿이 들어가게 되면 살짝 단맛이 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 죽향 막걸리는 그래도 이 단맛을 잘 제어하려는 양조가의 뜻이 읽히는 술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한병을 천천히 마시다 보니, 금방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살짝 매력까지 느낄 수 있었다.
향은 가성비 막걸리 특유의 달큰함이 잘 느껴졌다. 익숙하고, 정겨운 향이다. 거기에 약간 달달한 향이 더욱 강해져 있는 느낌이었다. 향 자체는 그리 강한 편은 아니어서 인상이 흐릿했다. 하지만 가성비 막걸리인 만큼 향을 기대하는 것도 사치이기는 하다고 생각한다.
죽향도가는 사실 '대대포 막걸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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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6도짜리 대대포 블루 죽향도가 막걸리에는 벌꿀, 스테비아 배당체가 들어가 있어서 독특한 단맛을 내고, 9도짜리 대대포9은 아무런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단맛이 느껴져서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바로 이 죽향 막걸리를 마셔보니, 이 죽향도가라는 곳은 상당히 단맛에 진심인 양조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질감은 라이트한 편이고, 탄산은 거의 없다. 부드럽지만, 살짝 막걸리 특유의 거칠음이 남아 있어 질감은 꽤 매력적이었다. 역시 시장에서 오래 버틴 막걸리인 만큼, 또 실력있는 양조장의 막걸리인 만큼 좋은 물을 썼다는 것을 질감으로 전해 주는 막걸리였다.
가끔은 싼 막걸리도 참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여름에 음료수 대용으로 곁들였을 때 그런 것 같다. 이 막걸리는 바쁜 와중에 살짝 조금씩 즐기는 식으로 소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객관적으로는 맛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할말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시던 순간 순간은 꽤 기분 좋게 남아서 전체적인 인상이 매우 좋아진 그런 술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 술 마시는 경험 그 자체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폭음, 과음이 아니라 정말 한잔을 마셔도 즐겁고 의미있게 술을 마시고 싶다. 어차피 알콜이 의학적으로는 독이라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마시고 싶어지거나 마셔야만 한다면, 제대로, 잘 마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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