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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백련 Mysty (7%,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

by FarEastReader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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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연한 맛의 고급 막걸리였다. 충남 당진의 쌀을 가지고 만든 삼양주로, 맛이 진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깔끔했다.

안개처럼 은은하고 신비한 매력을 지닌 술이라 해서 'Misy'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대로 연하고 또 부드러운 맛을 갖춘 그런 막걸리였다.

 

1933년부터 술을 빚었던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은 이제 벌써 3대째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신평양조장의 간판은 2대째였던 김명세 명인이라는 분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많이 마셨던 여러 프리미엄 막걸리들과 다른 아주 개성있고, 부드러운 맛을 가진 이 신평 미스티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 김명세 명인이라는 분과 신평양조장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소 시간이 지난 포스팅이긴 하지만, 7년전인 2015년에 쓰여진 아래 글을 보더라도, 이 백련 미스티는 상당히 잘 알려진 술이 되었고, 2015년에 농업진흥청에서 '201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생막걸리 부분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https://blog.naver.com/nicearra/22074611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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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 받는 술이라는 점에서 호감이 더해졌고, 살균탁주 이기에 양조장 측이 의도한 맛이 잘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며칠에 걸쳐 천천히 여러 번 나누어 마시며 이 술을 음미해 보았다.

 

처음에는 다소 흐릿한 이미지의 맛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너무 개성이 없고, 물을 많이 탄 것 같은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아주 밀키하고, 또 크림처럼 부드러운 막걸리 맛에 은근 호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막걸리는 발효하는 과정에서 하얀 연꽃인 백련을 넣어 만든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은은하고 부드러운 식물성 맛을 느낄 수 있다. 단맛도, 신맛도 도드라지지 않고 매우 절제되어 있는데, 그렇지만 드라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맛 역시 막걸리 자체의 단맛에 더해 액상과당과 물엿이 들어간 만큼 연하긴 해도 나름의 묵직하고 동글동글한 느낌을 갖추며 존재감을 내뿜고, 신맛도 푹 잘 익은 과일의 산미처럼 부드럽게 승화되어 감싸듯이 피어난다.

 

약간 어떤 의미에서 요구르트 계열의 막걸리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산미와 단맛이 훨씬 중화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가장 비슷한 맛을 찾으라면 아래 청탁 막걸리가 닮았는데, 확실히 산미가 단맛이 더 강한 생막걸리인 청탁 막걸리보다는 훨씬 지긋한 매력이 있다.

2022.05.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청탁 막걸리 (부산 금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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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 막걸리의 또 다른 매력은 향에 있다. 정말 연꽃처럼 곱게 곱게 피어나는 쌀막걸리의 부드러운 향이 참 매력적이었다. 당진 쌀로 빚은 막걸리의 순수한 향과 아주 옅게 베이스를 까는 누룩의 쿰쿰한 향이 잘 조화를 이루었는데,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맛처럼 연하고 파스텔 톤 느낌의 좋은 향을 낸다. 도수가 7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의 지속력이 강한 것이 재미있다.

 

질감 또한 한없이 부드럽다. 탄산은 없고, 바디감도 그리 강하지 않다. 물의 질감이 뛰어나서 그런지 마시는 맛이 있다. 부드럽게 넘어가고, 또 깔끔하다. 잔당감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백련 Mysty의 인상이 좋아서 다른 제품도 얼른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좋은 막걸리를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가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다양한 막걸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감탄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는 인구도 준다고 하고 꼭 지금의 번영이 영원하라는 법은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너무 소중하고 귀한 것 같다. 최대한 이 백련 Mysty처럼 맑고 밝게 살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생산하고, 나누고, 또 기뻐할 일들을 해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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