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가 들어간 막걸리를 마셔 보면서, 유자와 막걸리의 궁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잘 맞는다'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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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네이버의 술마켓에서 구매한 다랭이팜의 '유자 막걸리'는 깔끔하게 유자를 전면에 내세운 막걸리이지만 첫 잔을 딱 마시는 순간, 또 내 예상을 벗어난 개성적인 맛을 보여 주었다.
거의 송명섭 막걸리 처럼 드라이한 막걸리를 베이스로 하는데 거기에 유자향이 또 쌉쌀하게 피어난다. 달콤함도, 새콤함도 아닌 생 유자의 고유한 풍미 그 자체가 조용하게 맛에 변주를 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깊고 묵직하게 낮게 깔리는 누룩의 쿰쿰한 향과 맛이 또 일품이다. 베이스가 강조된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드라이하지만 상큼한 맛에 깊이 감탄하게 된다.
찹쌀 5%, 유자원액 2%, 유기농9분도쌀 20%, 그 외엔 정제수와 누룩 뿐이다. 정말 고집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그 덕에 진짜 제대로 스트레이트하게 달지 않은, 그리고 상당히 옛날스러운 맛이 나는 멋진 막걸리가 탄생했다.
이 술은 달지 않았기에 며칠에 나누어 먹게 되었다. 좀 더 맛을 깊게 음미하고 싶었고, 또 중독적으로 다음잔을 찾게 되는 그런 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실 때마다 맛의 깊이와 순수함에 감탄했고, 이 술이 기억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정말 드라이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송명섭 막걸리보다도 더 추천하고 싶은 막걸리이다.
향은 유자의 향이 강했다. 그러나 그 뒤에 달큰하게 피어나는 막걸리 원주의 향과, 곡식의 고소한 향, 그리고 누룩의 치즈향까지 매우 인상적인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다. 향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었으나 충분히 강했다. 복잡하지 않은 소박한 향이었으나, 그래도 특유의 누룩향은 꽤 길고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시트러스 계열의 유자향이 정말 막걸리와 잘 어울리고, 한편으로 청량한 기분도 주는 것이 좋았다. 유자의 향이 쌀의 고소한 향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만든다고 느꼈다.
질감은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었고,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드라이한 맛이 이 중간정도의 묵직함과 참 잘 어울렸다. 상당한 솜씨로 빚은 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질감이었다. 6도짜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묵직하고 농후한 느낌은 꽤 인상적이었다.
간만에 마시는 상당히 어른스러운 맛, 또 예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좋은 술이었다.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막걸리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은 꼭 한 번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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