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말보로 릿지 소비뇽 블랑 2020 (Marlborough Ridge Sauvignon Blanc 2020 vintage)

by FarEastReader 2023. 9. 17.
728x90
반응형

와인은 참 좋은 술이다. 특히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 끼리 만나게 되면 훨씬 좋은 술로 변하게 된다.

이번에는 와인을 좋아하는 한 친구와 함께 평소에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뉴질랜드산 화이트와인을 마셔 보게 되었다.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이트와인보다 레드와인을 훨씬 좋아해서 거의 내가 술을 고를 때는 레드와인을 고르는데, 이렇게 누군가가 화이트와인을 가져와 줄 때가 그래서인지 훨씬 기쁘다.

이 술은 정말 맛있는 술이었다. 깨끗하고 맑은 맛을 가진 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은 특히 상큼한 술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 말보로 릿지 소비뇽 블랑 2020 빈티지 역시 아주 상큼하고 드라이한 와인, 선명한 와인이 잘 느껴지는 맛이었다.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한 맛이지만, 산미가 살아 있어서 아주 독특하게 상큼하다. 달콤함 보다 약간 식물성의 깨끗함이 느껴져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고기와 화이트와인은 잘 안어울린다고 그러지만, 육회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역시 한국 스타일 고기에는 여러 채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게 제맛인데, 그래서 그런지 육회의 약간 날것의 맛과 함께 곁들이니 정말 좋았다.

향이 아주 특별했다. 포도의 향이 아주 깊게 풍기면서, 상쾌한 열대 과일과 시트러스의 향이 난다. 이건 정말 완전히 다른 향이다. 지금까지 뉴질랜드 와인도, 쇼비뇽 블랑 와인도 제대로 즐겨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새롭고 좋았다. 언젠가 이런 새로움도 익숙해져 가겠고, 또 이런 작은 감동도 또 하나 하나 없어져 가겠지만, 그래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새로움이 계속 나타나는 게 와인 탐험의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뒤에는 점점 풀 (grass)의 향이 나면서 볏짚 빛깔의 색깔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질감은 다소 처음엔 바디감이 있는 편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따 놓고 한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점차 산미가 더 올라가면서 바디감이 약해지더니, 완전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앉아만 있어 굳어 있던 몸이 약간의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슬슬 유연하게 풀리는 것처럼... 탄닌의 쓴맛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후에는 살짝 화이트와인 답게 라이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알콜은 12-13% 정도라고 하는데 역시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다시 말하지만, 와인은 정말 좋은 술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면 말할 것도 없이 더욱 그렇다.

아직도 나는 와인이 낯설다. 와인이 겁이 나고, 와인이 아직도 막연하기만 하다. 사치스러운 이미지와 서양이라는 이미지... 여전히 와인은 술 그 이상의 것이다. 언젠가 이것들을 다 벗어 던지고 이 술을 그냥 즐겁게만 마실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찌 되었든, 어떻게 되든 멀리 가 보고 싶을 뿐이다.

말보로 릿지 소비뇽 블랑 2020 (Marlborough Ridge Sauvignon Blanc 2020 vintage)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