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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다가즈 뀌베 엘 까미노 2020 (Dagaz Cuvee El Camino 2020 Vintage)

by FarEastReader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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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병의 칠레 와인을 나누었다. 요새는 고르는 와인마다 칠레 와인이다. 지난 2004년 체결된 한-칠레 FTA의 위력을 칠레 와인을 만날 때마다 느낀다.

 

이번에 마신 다가즈 뀌베 엘 까미노 2020 (Dagaz Cuvee El Camino 2020 Vintage)는 한 교수님이 추천해 주어 마시게 되었다. 나름 괜찮은 와인인데,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꼭 한 번 같이 마시고 싶었다 하여 함께 마셨다.

 

살펴보니 이 다가즈 뀌베 2020 빈티지를 생산하는 다가즈 (DAGAZ)라는 와이너리는 2015년 경 창립된 신생 와이너리였다. 첫 와인은 2016년에 나왔고, 이번에  마신 2020년 빈티지가 지금까지이 와이너리에서 나온 것 중 가장 인기도 많고, 평가도 좋은 술이라고 했다. 참고로 DAGAZ는 켈트족 룬 (Rune) 문자로 나타내면 '새로운 길의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El Camino ('길' 이라는 뜻의 스페인어)가 이름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와인의 첫 맛은 매우 프루티한 느낌이었다. 체리나 라스베리같은 붉은 색 계열 베리류의 맛이 풍겨져 나왔고, 곧이어 포도의 맛이 상큼하게 퍼진다. 뀌베(Cuvee)라는 말이 정확히 어떤 뜻으로 사용되었는지는 살짝 불확실한 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포도를 블렌드 (Carbenet Sauvignon, Carmenere, Pinot Noir 세가지를 블렌드 했다고 한다)하여 와이너리의 의도에 맞게 발효, 양조 하였다는 의미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과실향이 풍부한데 매우 다채롭게 느껴졌다. 칠레산 와인이라고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탄닌의 맛이었다. 탄닌이 아주 잘 드러나면서도 맛 속에서 멋지게 밸런스를 잡고 있었다. 이 고급스러운 쌉쌀함이 이 술을 단순한 과실향이 나는 과실주에서 제대로 만든 와인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향은 약간 내추럴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설익은 풀잎의 향, 허브, 그리고 체리의 향이 두드러졌다. 약간 체다 치즈의 향도 느낄 수 있었고, 후추와 계피도 느껴졌다. 향 자체가 확실히 여러 층이 있었고, 맛을 한결 깊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향이었다. 맛에서는 스파이시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는데 향에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다. 여러모로 향이 인상깊은 술인 것 같다.

 

질감은 바디감이 나름 강하고, bold한 느낌이 두드러졌다. 균형이 딱 잡혀 있고, 맛과 향이 선명한 것이 정말 볼드한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탄닌도 확실하지만 질감이 너무 자극적이거나 씁쓸하지는 않았다. 알콜 도수가 14.5도임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킥도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와인을 마실 때 마다, 정말 사람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500만원 짜리, 1000만원 짜리 이런 건 인간 세상의 유명인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3만원 짜리, 5만원 짜리 와인도 일단 제대로 만들어만 놓으면 각자의 개성이 있고 충분히 깊게 즐길 수 있다. 하나 하나에 다 세계가 있고, 특징이 있다. 종류도 물론 많지만, 같은 레이블, 같은 품종이더라도 빈티지가 달라도 느낌이 다르고, 언제 어디서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르다.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고, 그때 그때 어떤 인연에서 만났느냐에 따라 다 다르듯이 말이다.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많은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와인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병 한 병 만나는 와인에 대해서는 인연을 느끼며 기록을 남겨 두고 싶다. 이것이 막걸리나 위스키와는 다른 와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가즈 뀌베 엘 까미노 2020 (Dagaz Cuvee El Camino 2020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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