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레돔 로제 (LESDOM Rose)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

한 조그만 술집 겸 식당에 찾아 가 특이한 술을 마셔 보았다.

충북 청주에 한 프랑스인-한국인 부부가 자리를 잡고 직접 포도를 기르며 내추럴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만드는 술이 바로 레돔 (LESDOM) 시리즈다. 

워낙 화제성이 있는 술인 만큼, 벌써 각종 언론에서 인터뷰도 잘 하고, 좋은 기사도 많았다.

<[구은모의 酒저리]작은알자스, 인생도 와인도 내추럴하게>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71416070988408

[구은모의 酒저리]작은알자스, 인생도 와인도 내추럴하게 - 아시아경제

 

<충주에서 맛 보는 프랑스 알자스의 사과 와인 시드르!>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996131&memberNo=35869883&vType=VERTICAL 

충주에서 맛 보는 프랑스 알자스의 사과 와인 시드르! <신이현 작은알자스 대표>

 

인생에서 두 번째로 마시는 내추럴 와인인데, 이번에는 국내산 포도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니 참 뜻깊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마셨던 내추럴 와인도 참 좋았는데, 기대가 절로 높아졌다.

2023.05.2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마미 블룸 2021 (Mamy Bloom 2021)

술 추천: 마미 블룸 2021 (Mamy Bloom 2021)

 

먼저 맛이다. 이 술은 정말 내추럴하다. 과일 그 자체를 가지고 진짜 있는 그대로 발효시켜 만든 그런 술이라는 것을, 첫 잔을 마시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와인의 각잡고 숙성된 정형적인 맛에서 벗어나, 아마 고대에 자연스럽게 와인을 빚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하는 자연스럽고 또 약간은 흐릿하고 탁한 맛이 훅 풍겨져 나왔다.  탄산이 꽤 있는 편인데, 이 탄산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서 재미있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따서 잘 씻은 후, 껍질을 벗겨 맛있게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여름에 먹는 우리 포도의 맛, 그리고 그것을 통해 느끼는 우리 농토의 느낌이 맛으로 잘 전달 되었다. 소박하지만, 충분히 달콤하고, 또 산미와 알콜의 쓴 맛도 아주 자연스럽게 짜여들어가 있다. 정말 잘 만든 술이다. 

 

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맑고 투명한 인상을 주는 포도향이 매우 매력적이다. 숙성을 오래 거친 것 같지는 않아서 역시 향히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맑고 따뜻한 과일의 느낌과 살짝 스치는 커피향, 그리고 풀잎의 향기가 와인은 와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복합적이고 재료와 재료가 재배된 곳의 특징을 반영한 그런 향... 우리 전통 술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향의 뉘앙스에서 와인 양조 기술의 묘미를 느낀다.

 

질감은 라이트한 편이다. 탄산이 있어 심심하지가 않다. 술을 따르면 거의 맥주처럼 거품이 올라오는데 나름 여름과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인을 만드는 레돔에서는 사실 애플사이더를 시그니처로 만든다고 하는데, 그것도 꼭 조만간 한 번 마셔 보고 싶었다.

 

이 술은 솔직히 같이 마시는 사람이 불편한 자리에서 마셨다. 그런 만큼 분위기에 취하는 일 없이 술을 마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은 이 술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반증이리라. 화제성 같은 것을 다 떠나서, 정말 괜찮은 술이기에 과감히 기록으로 남기고, 술 추천 리스트에 넣어 본다.

레돔 로제 (Lesdom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