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레이터를 사용해서 와인을 마셔 보았다. 최근엔 2020년 이전 빈티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칠레의 유명한 와이너리인 발두지 (Balduzzi)에서 나온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중에서 2017년 빈티지 것이 있어서 냉큼 가져와 맛을 보게 되었다.
발두지 가문은 이탈리아에서 칠레로 건너온 가족인데, 원래 유럽에서도 와인을 만들다가 19세기 초반에 칠레로 건너와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상당히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 (2023년)은 칠레에 건너온 후 3대째 가업을 물려 받아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조사해 보니 가격이 그리 높은 와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와인을 마시는 곳의 분위기와 같이 마신 사람들이 좋아서 정말 맛있게 술을 마셨다. 이미 당일 맥주를 많이 마시고 모히또도 마셔서 더 이상 술을 마시기 싫은 그런 날이었지만, 진짜 즐겁게 마셨다.
특히 에어레이터를 사용해서 와인을 마시는 거의 첫 경험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매우 만족했다. 확실히 잘 보관된 와인을 마시는 것처럼 향이 풍부하고 맛이 더 풍성하게 다가왔다. 이 발두지 까베르네 소비뇽 2017년 빈티지는 꽤 드라이하고 나름 탄닌이 강하게 느껴지는 와인이었는데, 꽤 부드럽고 차분한 맛을 가지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모과향이 약간 나면서도 산미가 나름 잘 풍겨나왔고, 개인적으로 익숙한 듯 하면서도 편안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무난하다면 무난한데, 그래도 와인의 맛이 죽지 않고 깔끔하고 존재감 있게 잘 서 있는 것 같았다.
향은 약간 허브 향이 강하고, 그 뒤로 붉은 껍질 과일인 붉은 베리류나 자두의 향이 풍겨 나왔다. 모나지 않은 맛과 달리 향은 꽤 독특했는데, 나름 오크통의 향도 느껴지고, 담배의 쌉쌀함과 후추의 매콤한 향료의 향도 함께 섞여 있었다. 향이 좋은 술이구나, 라는 인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에어레이터의 위력을 상기했다. 와인을 마실 때 공기와 닿는 시간과 면적, 그리고 그 방식이 정말 술의 맛과 향을 크게 좌우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바디감은 중간정도고, 생각보다 바디감이 있어서 오히려 좀 놀랐다. 전반적으로 와인이 좀 어둡고 스파이시하다는 느낌인데, 어쩌면 이 무거운 바디감 떄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함께 곁들인 안주가 고기 같은 것이 아니라 가벼운 과자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와인이었다. 생각보다 칠레 와인이 싸고 정말 맛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그래서인지 칠레 와인을 꽤 많이 마시게 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와인이 있고, 이 와인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거의 주류계의 '영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어릴 적부터 와인을 잘 알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뭐 앞으로 남은 인생이라도 좀 더 열심히 살면서 식견을 넓혀 나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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