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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카르멘 그란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 2019 (Carment Gran Reserva Cabernet Sauvinon 2019 vintage)

by FarEastReader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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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과 함께 이어서 마신 칠레 와인이다. 와인을 마신다는 건 끊임 없는 비교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인 것 같다. 마시면 마실 수록 취향이 생기고, 이해가 깊어지고, 또 늘 새로움에 놀란다. 

 

이번에 마신 카르멘 그란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 2019 빈티지 (Carment Gran Reserva Cabernet Sauvinon 2019 vintage) 는 돼지고기와 함께 곁들여서 마셨다. 칠레의 경우, 리제르바 (reserva)와 그랑 리제르바 (Gran reserva)의 차이에 엄격한 법규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그랑 리제르바가 붙어 있는 것은 리제르바의 숙성 기간을 지나고 나서 추가로 오크통 숙성을 거치는 와인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 술도 빈티지 년도는 2019년인데, 병입일이 2021년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 적어도 2019년 부터 2년 이상은 오크통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카르멘 그란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 2019년 빈티지 역시 꽤 드라이한 와인이었다. 그러나 약간 이탈리아 와인처럼 과실의 느낌  - 붉은 껍질 계열의 과일이나, 블랙 베리 같은 검정 베리류의 느낌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 생각보다 화사하게 느껴졌다. 산미가 강한 편은 아니나, 확실히 뭔가 과일을 마시는 느낌을 주는 점이 신선했다. 더 오래 숙성했기 때문일까? 구두약 냄새도 거의 없었고,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특징이라는 모과향도 덜했다. 오히려 약간 유럽 와인의 느낌이 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금 시간을 두어 와인이 풀리기를 기다리니, 처음보다 당도가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을 지키는 단 맛이었다. 마치 한 30대의 청년 얼굴에서 문득 이 사람이 5-6살 조그만 아이였을 때 어떤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살짝 찾아 볼 수 있을 때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이 술도 처음에는 아주 달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숙성을 거치며 드라이함을 본모습으로 갖추고, 기분좋은 탄닌의 씁쓸함을 갖추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약간 왜 이 와인에서 과일이 연상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맛 자체가 고급스럽거나, 아주 인상깊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 술을 약간 고급 와인인 것처럼 소개 받아서 솔직히 좀 의아했다. 이 와인을 추천해 주신 사장님의 안목이나 양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같은 날 먼저 마셨던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정말 이게 훨씬 비싸고 좋은 와인이어야 하는가? 에는 의문점이 남았다.

2023.08.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에라주리즈 맥스 카베르네 소비뇽 2020 (Errazuriz Max Cabernet Sauvignon 2020 vintage)

 

술 추천: 에라주리즈 맥스 카베르네 소비뇽 2020 (Errazuriz Max Cabernet Sauvignon 2020 vintage)

종종 찾는 당산/선유도의 한 음식점에서 최근에 알게된 와인 애호가 분들과 술을 마셨다. 이 가게는 음식 가격은 싸지만 와인 가격은 결코 싸지 않은데, 그래도 사장님의 설명이 좋고, 자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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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 있어서는 약간 스파이시한 느낌이 강했다. 신대륙의 와인이라는 것은 어쩌면 맛보다 향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전반적으로 건포도와 고급 사무용품의 가죽 냄새 같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검은색 베리류의 향이 독특하게 넘실거리는 느낌이었다. 살짝 커피향을 느낄 수 있는데, 누군가 에스프레소 향 같다고 하여 내심 동의했다.

 

풀바디를 갖추고 있어서 고기와 함께 곁들이기 좋았다. 다소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었고, 꽤 입 안에서의 텍스처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술의 질감 보다는 맛과 향이 훨씬 중요한 사람이어서, 이 질감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물론, 예전에 미국 동부에서 마셨던 비단결 같이 부드러웠던 피노 누아의 질감 처럼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질감이나, 아니면 마치 생수처럼 맑고 깨끗하게 느껴졌던 몇몇 유럽 와인들의 질감도 좋아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무난했고, 매우 만족스럽게 즐겼으나, 가게에서 차지한 가격이 높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가게에서 파는 와인이라도 가격이 너무 들쭉날쭉하게 되면 역시 좀 신뢰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벌써 2023년도 8월을 맞이한 판에 2019년 빈티지를 마셔 본 것에 대해서 위안을 삼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런 비싸지 않은 와인에서는 어느덧 2010년대 빈티지들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좋은 와인에 도전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역시 기준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걸 알아야 이해도 깊어지고, 평가도 가능해진다.  아래 비밀이야님의 쇼츠를 보고 굳힌 생각인데, 조만간 좀 와인을 잘 아는 분과 상의를 해 봐야겠다.

 

술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역시 돈과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오래, 잘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저 정진하고, 또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즐길 뿐이다.

카르멘 그란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 2019 (Carment Gran Reserva Cabernet Sauvinon 2019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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