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메로니아 (배혜정도가, 4도, 경기도 화성)

배혜정도가가 메로니아라는 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배혜정도가에 대해서는 워낙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이 메로니아를 행주산성에 있는 '라빈 리커 스토어'에서 발견하자 마자 바로 구매를 했다.

 

그러나 맛을 보고는 약간 허무했다. 요걸리에 이어 막걸리를 지나치게 캐주얼화 한 술을 연속으로 마셔버린 것이다. 

2023.07.30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요걸리 (조은술세종, 충북 청주)

술 추천: 요걸리 (조은술세종, 충북 청주)

 

4도짜리 저도주이기도 하고, 맛 그 자체도 완전 메로나를 녹인 것 같은 그런 인공적인 메론 맛이다. 막걸리를 느낄 수 있는 술이기는 하지만, 역시 메론 맛을 내는 것에 너무 집중한 느낌이다. 합성착향료로 메론향을 사용하고 그것이 확실히 존재감을 내면서, 바밤바 막걸리나 요걸리같이 술이라기 보단, 음료 맛이 나는 술이 되어 버렸다.

 

매우 캐주얼한 맛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와 맛있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술임에는 분명하다. 정말 달콤하고 맛있고, 심지어 알콜 도수도 낮으니 매우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정말 바밤바 막걸리와 막사 막걸리, 아니면 우도 땅콩 막걸리 같은 '독특한 맛이 나는' 캐주얼 살균 탁주 막걸리에 속하는 좋은 막걸리다.

 

원래 프리미엄 막걸리는 쌀 자체의 단맛으로 인해 멜론 계열의 풍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여기에 착안해서 멜론 맛 술을 개발하는 것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약간 막걸리는 중년 이상의 남성이 즐기는 술, 농촌의 이미지가 있는 투박한 술로 알려져 있었던 것에 대한 반발로 시도된 여러 가지 노력 중 이런 계열의 막걸리들이 꽤 나왔던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나는 밑바탕이 되는 술이 너무 이상하지 않는 한 이런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재미교포가 만든 마쿠(MAKKU) 막걸리도 유사한 계열이나, 역시 배혜정도가의 술이 한 수 위인 느낌이 들었다.

2022.10.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마쿠(MAKKU) 막걸리 블루베리맛

2022.11.06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마쿠 (MAKKU) 막걸리 망고맛

 

원주가 확실히 잘 만든 술이다 보니, 합성착향료로 들어간 달디 단 메로나 맛을 뚫고도 막걸리 자체의 달큰함과 고소함이 전해 지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한편으로 이런 합성착향료가 들어간 막걸리가 늘 그렇듯이, 메론 향 이외에는 거의 다른 향은 느끼기 어려운 것은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술은 그렇게 의도한 것이고, 이를 알고 마시는 입장에서 이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리라. 이 술은 그냥 이대로 즐겁게 파티처럼 표면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질감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 살짝 바디감이 있었다. 역시 요걸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건, 이 배혜정도가의 막걸리에서 나오는 질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욱 쌀을 느낄 수 있었고, 더 녹진했다. 아무리 다른 맛을 첨가한 캐주얼 막걸리라고 해도 역시 밑바탕이 좋은 술이란 건 이렇게 질감에서 숨길 수가 없구나, 라는 것을 배웠다. 멜론 특유의 연한 초록색을 부드럽게 띄고 있는 색도 먹음직 스러웠다.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었고, 도수가 4도인 만큼 거의 음료수처럼 느껴졌다. 목 넘김도 부드러운 편이었다.

 

다양한 막걸리를 섭렵해 보고 싶은 사람이나, 아예 막걸리 그 자체보다는 '맛있는' 술을 찾는 이에게는 추천하지만, 진정한 막걸리 매니아라면 굳이 이런 막걸리를 호기심에 마셔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혜정도가 메로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