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주 대표기업 국순당에서 과하주를 생산하고 있는 줄 몰랐다.
과하주 하면, 이전 '풍정사계 하(夏)'를 통해 경험한 바가 있다. 예전 술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도 상온에 두고 마실 수 있도록 잘 상하지 않도록 알콜 도수를 높이고 여러 약재를 추가하여 만든 그런 약주이다. 여름(夏,여름 하)을 지낼 수 있다(過 ,지날 과)하여, 과하주인 것이다.
2023.06.1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풍정사계 하(夏) - 전통주(과하주, 18도)
이번에 마신 '백세과하주'는 CU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름에 맞추어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물량을 풀어 놓은 것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국순당이 이런 제품을 좀 더 잘 팔수 있다면 이 말도 안되는 저평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먼저 맛이다. 이전 마셔 봤던 풍정사계 춘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매력적인 그런 맛을 가지고 있다. 달콤함이 절제되고, 약재의 맛들이 하나 하나 잘 어우러 지는 것이 참 좋았다.
쌀로 잘 빚은 소주 원액에, 오미자, 복령, 감초, 인삼, 수국, 구기자, 황기, 생강, 계피, 오가피나무가 들어간 술이다. 이 외에 아무런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 정말 이런 인위적인 단 맛이 없는 점에서 어른스러움과 깊은 맛을 느꼈다. 특히 이 백세과하주에 들어간 오미자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오미자 특유의 새콤함이 감초의 달콤함도 잘 섞이고, 생강이나 오가피의 독특한 맛, 그리고 인삼 등의 씁쓸함도 마치 아교처럼 잘 붙여 주는 것 같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조금 상온에 둔 뒤 마셔 보니 단맛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 아래 금방 병에 땀이 맺히고 술 온도가 올라간다. 마시면 마실 수록 여러 맛이 느껴진다. 우리 전통주는 약재와 재료 이외의 다른 맛은 거의 안나지만, 그 재료의 맛이 얼마나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달되는가 하는 것이 매력을 결정하는 것 같다. 백세과하주는 18도짜리 고도주이지만, 그래도 알콜이 주는 쓴 맛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쌀로 빚은 소주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단맛과 청명한 술맛, 그리고 각종 약재가 순서를 바뀌며 피어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하나 하나 품질이 좋은 재료를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향도 좋다. 약주 특유의 몸에 좋을 것 같은 약재의 향이 훅 퍼지는데, 그 뒤에 따라오는 소주의 향이 정말 좋다. 원래 밑바탕이 된 술 자체가 상당히 좋다는 뜻이다. 역시 국순당,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이런 양조 기술을 가진 대기업이 정말 조금 더 우리 술의 경쟁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2000년대 말 ~ 2010년 초에 불었던 백세주 열풍과 오십세주 (백세주 + 소주)의 유행처럼, 분명 이 술은 대중에게 먹힐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향의 퀄리티만 보자면, 일품진로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22.10.28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일품진로
질감도 재미있다. 꽤 라이트한 바디를 가졌다. 약주라고 해서 무거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끈적임도 없었고, 중간보다 살짝 가벼운 이 질감이 오히려 '여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점은 오히려 위에서 소개한 다른 과하주인 풍정사계 하(夏)보다 나은 것 같다. 여러 가지 면에서 확실히 주목받을 만할 장점을 지닌 술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약재와 밑술인 소주가 잘 어우러지는 맛과 향을 가졌다고 위에서 적었는데, 그와 딱 어울리면서도 시원하고 부드러운 '백세주'의 질감을 놓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백세과하주다. 알콜이 18도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킥이 세지 않은 점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여러 한식 안주 (고기 및 회)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마침 술익는집 유튜브 채널에서 이 술을 멋지게 소개한 쇼츠 동영상이 있기에 첨부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술을 만들어 나가는 국순당과 품질이 훌륭한 백세과하주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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