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여전히 마실 때 마다 정말 좋지만, 여전히 참 막연하고 두렵다. 너무 방대한 와인의 세계에서 정말 내가 이 와인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명 미식가이자 블로거, 유튜버인 '비밀이야'라는 사람이 한 영상에서 와인을 즐기는데 지식이나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식이나 돈이 있으면 와인을 훨씬 즐겁게 마실 수 있다는 말을 남겼는데, 역시 동의한다.
이번에 마신 이탈리아 와인 아드 아스트라 2018년 빈티지는, 이탈리아아 토스카나 (Toscana)의 마렘마 (Maremma) 지역에 위치한 니타르디 (Nittardi) 농장에서 만드는 술이다. 이 니타르디는 16세기 무렵에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에 의해 소유되기도 한 와이너리인데, 이 니타르디에 대해서는 아래 블로그 (정말 엄청난 블로그다)에서 재미있고 충실한 설명을 제공해 주고 있다.
https://aligalsa.tistory.com/1483
먼저 맛이다. 이 아드 아스트라 (Ad Astra) 2018 빈티지는 이름의 뜻인 '별을 향하여'라는 의미처럼, 그리고 라벨의 푸른 밤하늘의 이미지처럼, 이 술 또한 약간 청명하고 드라이한 느낌이 강한 와인이었다. 지금까지 마셨던 이탈리아 와인은 어떤 의미에서 붉은 색 계열이나 검은 색 계열 껍질을 가진 과실 향과 맛이 아주 풍부하게 퍼져 나왔는데, 그와는 좀 달랐다. 오히려 탄닌의 쌉쌀함이 두드러지면서 그 이후에 기분 좋은 산미가 올라온다.
아드 아스트라 (Ad Astra)는 사실 아래 라틴어 문구에서 왔다고 한다.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이는 사실 고사성어 '고진감래 (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행복이 온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참고로 이는 미국 캔자스주의 모토이기도 하다 (캔자스 주 버전은 Ad Astra Per Aspera 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탄닌의 씁쓸함과 피어나는 산미에서 드라이함을 음미하고 있자면 뒤에 포도의 달콤한 맛과 어우러지면서 아름답게 마무리 되는 끝맛의 뉘앙스와, 다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는 약간의 뻑뻑함과 기분 좋은 끝 향이 정말 이 술의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이 술을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바나나나 계란과 같은 음식과 함께 곁들여도 좋았다. 뭔가 막걸리의 달달함에 익숙해진 나로써는 이렇게 드라이한 술을 마실 때, 계란이나 바나나처럼 조금 빡빡하지만 특유의 맛이 있고 건강한 느낌이 나는 음식과 함께 하니 좀 더 고양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술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향기다. 차갑게 보관한 후에 마셔도 차가운 액체를 뚫고 나오는 포도의 향기가 정말 일품이었다. 이 아드 아스트라 2018 빈티지는 다양한 포도 품종이 활용된 술인데, 산지오베제 50%, 까베르네 소비뇽 25%, 까베르네 프랑 15%, 멜롯 10%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산지오베제도, 까베르네 소비뇽도 내가 좋아하는 포도 품종인데, 싱글몰트 처럼 이런 단일 포도품종을 사용하여 빚은 술도 매우 만족스럽게 마셨지만, 이렇게 섞여 있는 술도 정말 좋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아드 아스트라 (Ad Astra) 2018 빈티지를 마시면서 배웠다.
약간 흙 냄새가 나면서도 오크통의 그윽한 나무향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자연적인(?) 뉘앙스의 향을 가진다. 자연적이라고 하는 말은, 향수 같은 달콤하고 과실향이 두드러진 와인에 대비되는 느낌으로 말을 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옳은 표현을 좀 알고 싶다. 또한 블랙베리와 포도같은 어두운 색깔의 과일 향이 좀 난다. 초콜렛도 약간 느껴지는데 이것은 뒤에 따라 나오는 달콤한 맛과 딱 매치되어 느껴지는 향인 것 같다. 와인에 그냥 코를 대고 향을 맡을 때와 달리 술을 마시면서 향을 마시면 이 초콜릿 향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질감은 다소 bold한 느낌이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무겁지도 않다. 중간보다 살짝 더 bold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알콜의 킥은 약하고 (도수는 14%였다), 아주 실키하고 힘있는 피니쉬를 보여준다. 질감 면에서는 정말 맘에 든다. 내가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원한 물맛과 매끄러운 물의 느낌도 잘 느껴진다.
매우 인상깊은 이탈리아 와인이다. 와인 공부 의욕도 자극하고, 삶에 대한 의지도 정말 크게 높여 주는 그런 와인이다.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정말 이렇게 멋지게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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