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하늘담 6 (전남 순천, 순천주조)

상당히 마시기 좋은 술이다. 얼마 전 마셔 본 하늘담 9가 워낙 좋았기에, 이마트에서 고민 없이 사온 술이다.

이전 마셨던 하늘담 9의 리뷰를 첨부한다.

2023.06.24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하늘담9 (전남 순천, 순천주조, 9도)

술 추천: 하늘담9 (전남 순천, 순천주조, 9도)

 

밤에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오늘은 좀 조용히 보낼까 했지만, 기상청 일기예보와 달리 너무나 맑았던 하루 내내 막걸리 한 잔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냉장고에 보관해 둔 술을 꺼내 들었다.

한 잔 가볍게 따르는 순간 퍼지는 향기에서 역시 제대로 만든 술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늘 그렇듯, 먼저 맛이다. 달고 예쁜 하늘담의 술맛이 그윽하게 퍼졌다. 6도 막걸리지만 상당히 풍미가 좋은 편이다. 달큰한 막걸리 맛 외에도 살짝 볏짚같은 곡물 껍데기 향이 함께 느껴진다. 매우 고소한 편이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단맛이 생각보다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처음엔 살짝 드라이 하게 느껴지더라도, 이내 그 단맛에 빠져들게 된다. 시간차를 두고 여러 맛이 피어 나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계속 따라 마시게 만드는 것은 이 달콤함 뿐만이 아니다. 메론, 수박 계열의 과실향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향이 9도짜리 하늘담 9 처럼 강했고, 중독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왕겨향도 은근 매력적이다. 맛이 달콤고소이고 산미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향도 그와 같다. 고소하고 둥근 느낌이다. 그렇게 풍성하거나 복합적이진 않아도, 갓 지은 떡처럼 식욕을 돋구고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그런 향을 가졌다.

 

질감은 라이트하지만, 지평이나 장수 생막걸리 같은 일반적인 6도짜리 가성비 막걸리보다는 묵직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9도짜리 하늘담 9정도의 바디를 갖추지는 못했다. 액체는 부드럽고 매우 균일한 편이다. 좋은 물을 썼다는 증거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에서 좋은 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물의 가치가 그렇게 주목 받지 못하는데, 나쁜 물을 쓴 막걸리나 술을 마셔 보면 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런 6도짜리 막걸리의 경우 막걸리 원주도 원주지만 희석을 위해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14도 짜리를 6도로 낮춰야 하니 물이 많이 필요하다), 물맛이 막걸리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맛, 향, 질감 모든 측면에서 일반적인 6도짜리 가성비 막걸리보다는 확실히 상위에 위치하는 막걸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막걸리를 발굴하고 유통한 이마트 측에 박수를 보낸다.

 

프리미엄 막걸리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만원 넘는 막걸리를 사서 마셔 보기 전에 꼭 한 번 추천해 주고 싶은 그런 막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