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추천: 텍스트북 나파 메를로, 2020년 빈티지(Textbook Merlot v. 2020)

압구정의 한 한우집에서 와인 리스트에서 이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을 때, 정말 기뻤다.

넓디 넓은 와인의 세계에서 내가 알고, 좋아하는 몇 안되는 와인이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외국의 공항에서, 마중나와 준 현지 친구를 만난 그런 느낌이었다.

 

텍스트북 와인은 작년 초 한 번 마셔 보았는데, 상당히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 나파 밸리 와인들에 꽤 큰 호의를 가지고 이것 저것 마셔 보았는데, 역시 텍스트북이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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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추천: 텍스트북 (Textbook) 와인

 

먼저 맛이다. 먼저 이 나파 메를로 품종의 특징이 정말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술을 마신 후 돌아오는 길 위에서 메를로 품종의 특징을 찾아 읽어 보았는데, 자두와 블랙베리의 맛, 모카의 달콤 쌉쌀한 맛, 계피와 민트 계열의 향이 섞인 맛이 정말 복합적으로 잘 드러난다. 그렇게 달지는 않고, 꽤 드라이한 맛을 가졌으며, 탄닌또한 꽤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름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정석적인 느낌이 난다. 잘 정돈되어 있고, 깔끔하다.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도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식의 한우 굽기도 매우 좋아한다. 사실 소고기 먹는 방법은 우리 나라 식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다. 이렇게 잘 구운 한우와 함께 매치한 나파 밸리 와인은 정말 최고였다. 이전에도 나파 밸리 와인을 한우와 매치 하여 마셔 본 적이 있는데 이 조합은 실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우와 매치하여 마신 Napa Valley Wine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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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또한 매우 풍부했다. 역시 술의 향기는 위스키와 와인 같은 서양 술이 최고다. 깊이 풍겨 나오는 자두와 블루베리, 그리고 포도의 복합적인 과실향이 매우 사랑스럽다. 그에 더해서 민트향과 달콤한 초콜릿향, 그리고 약간 씁쓸한 담배와 흙향이 끝을 장식한다.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든다. 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는데, 이야기를 하는 내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잔을 코에 가져다 대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이야기의 퀄리티마저 높아지는 경험을 했다.

 

질감은 약간 바디감이 있는 편이었다. 잔을 훅 돌리면 상당히 무게감 있게 빙글 돌아서 가라 앉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시면 딱 묵직하게 자리를 잡는 것도 멋졌다. 부드럽게 입을 적시며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액체의 질감이 꽤 만족스러웠다.

 

"역시 텍스트북이네요. 저 이 술 진짜 좋아합니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요."

'저는 이거 처음인데, 정말 괜찮네요."

 

간만에 참 즐겁게 와인을 한 잔 할 수 있었다. 이제 귀한 여름이다. 2023년 7월, 이 시간도 곧 훌쩍 지나가 버릴 것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지혜롭게 살아서 이렇게 한우와 와인을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늘 말하지만, 좋은 술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늘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