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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옥지춘 (경기 가평, 11도)

by FarEastReader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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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에 잣막걸리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잣'이 맛이 없을 거 같아서 은근 피해 오고 있었다.

편의점에 가도 검은색 라벨의 가평 잣 막걸리가 놓여 있고, 사실 여러 막걸리 전문매장에 가 보아도 은근 몇몇 프리미엄 막걸리 브랜드에서 잣 막걸리를 만드는 걸 보면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 안에서 잣 막걸리 하면 경기 가평이기에, 이 경기 가평에 근거지를 둔 양조장에서 만든 잣 막걸리를 찾아 보다가 발견 한 것이 바로 이 옥지춘 막걸리였다.

특히 라벨에 기재된 대로, '가평 잣막걸리'의 원형을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고문헌 산가요록에 근거하여 100여회의 시험 담금을 거쳐 복원을 했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옥지춘 라벨

 

먼저 맛이다. 걸쭉하게 따라져 나오는 것이 마치 해창막걸리를 연상시킨다. 잣의 풍미가 확 올라오는데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느껴져서 일반적인 막걸리와는 역시 확연히 다르다. 과실이 섞인 막걸리들도 많이 마셔 보았지만, 잣은 또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익숙한 잣의 향기가 고소한 쌀의 맛과 어우러지면서 나름 중독적인 뉘앙스를 만들었다. 액체의 끈적함과 걸쭉함이 맛의 고소함을 한 층 복돋아 주는 느낌이었다.

 

항상 막걸리하면 달콤함이 연상되었는데, 이번에는 달콤함보다 잣의 기름지고 고소한 풍미와 곡식의 구수함이 기분 좋은 펀치를 날려 준다. 달콤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뒷맛 정도로 느껴지는게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향도 '잣' 그 자체이다. 이 향이 아주 강한데, 이 막걸리를 따랐던 잔에도 향이 남을 정도 진하다. 이 막걸리는 정말 재료를 충분히 써서 제대로 만들려고 했구나, 하는 것이 맛과 향에서 모두 느껴진다. 

 

매우 녹진하고 점도도 높아서 걸쭉하게 느껴지는 액체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것은 해창 막걸리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잣 조각이 술 안에 그대로 박혀 있어서 이걸 씹는 재미도 좋았다. 과거의 방식을 재현했다는데 과연 과거에 실제로 이런 식으로 술을 만들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투박하고 또 뭔가 포만감도 느껴지는 그런 질감이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도수도 나름 11도나 되지만 리치한 잣의 맛과 향 속에서 알콜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 술 덕분에 잣막걸리에 대한 환상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래도 다른 프리미엄 막걸리 브랜드에서 나온 잣 막걸리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실제 포도를 넣은 포도 막걸리도 브랜드마다 느낌이 많이 달랐던 것을 기억하고 있고, 잣 막걸리도 이 '잣'이라고 하는 개성 강한 먹거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매우 궁금하기 떄문이다.

 

정성을 가득 담아 영양과 맛이 넘치는 막걸리를 만드는 우리도가의 노력이 응집된 옥지춘은 상당히 인상 깊은 술이었다.

막걸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옥지춘 산가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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