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소개했었던 부천의 동네방네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막걸리 매장에 들릴 일이 있어 간만에 방문하여 막걸리를 하나 샀다. 아쉽게도 재고를 약간 정리하면서 라인업을 바꾸는 기간이어서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흥미로워 보이는 막걸리 한 병을 구할 수 있었다.
아래 '소사동 양조장'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보틀샵인데, 이전에도 느꼈지만 판매를 해 주시는 분이 미인이신데다가 친절하셔서 늘 갈 때마다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
이번에 찾아 낸 막걸리는 부산 막걸리다. 부산의 올빚찬주라고 하는 양조장에서 나온 프리미엄 딸기 막걸리 '올빚베리'다. 조금 찾아보니 이미 부산지역에서는 입소문이 나서 아는 사람들은 아는 그런 술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 (2023.3.1)에 부산일보에도 기사가 났는데, 아주 재미있다. 여자분이 하는 양조장 술들이 맛있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들어 한아양조), 이 술도 확실히 술맛이 괜찮다. 언젠가 이 올빚찬주가 있는 부산 다대포에 갈 수 있다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 딸기막걸리 올빚베리를 마셔 보고 싶다.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22815410294992
먼저 맛이다. 이 막걸리는 맛이 첨가되었지만, 살균막걸리가 아니라 생 막걸리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균 막걸리도 좋아하지만, 역시 생막걸리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맛이 첨가된 생 막걸리 중 오미자 막걸리나 포도 막걸리는 개인적으로 꽤 좋았는데, 인공적인 맛보다 이런 자연 재료의 섞임이 생막걸리에서 매우 개성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이 술은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2020년, 2021년 연속으로 탁주 부문 ‘대상’(공동)을 받기도 했다는데, 확실히 술의 기본기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 술을 빚는 올빚찬주의 박찬주 대표가 이 딸기로 만든 올빚베리 막걸리를 만든지도 5년여가 되어 가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월 2000병이 팔린다고 하는데, 이런 스터디셀러를 몰랐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역시 세상은 참 넓고,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이 술 말고도 같은 양조장에서 찹쌀 막걸리와 올빚곡주라고 하는 이양주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 역시 한 번 맛을 보고 싶었다. 이 막걸리의 원주 자체가 아주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올빚베리 딸기 막걸리는 딸기 함유량을 3.93%까지 높인 막걸리인데, 딸기의 풋풋함과 베리류 특유의 향기로운 풀내음이 막걸리와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이 역시 우리가 흔히 보는 딸기우유 같은 맛이 나지 않을까 선입견을 가지기 쉽지만, 막상 마셔보면 그렇지 않다. 막걸리는 드라이하게 빚어져 있어 단맛은 절제되어 있고, 그 위의 딸기 본연의 자연스러운 달콤함 이상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약간 풋딸기처럼 씁쓸한 식물성 맛이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이 싫지 않았다. 이를 좀 보완하기 위해 합성감미료 (아스파탐 등)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이 합성감미료를 넣지 않은 쪽이 오히려 맛은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보았다.
향은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들풀의 향기와 딸기향이 강조된 느낌이었다. 위 부산일보 취재 기사를 보건대, 올빚찬주의 박미화 대표님은 막걸리의 달큰한 술내음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향에서도 술의 느낌보다는 각 재료들이 충분히 존재감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느껴졌다. 잡내도 없고, 누룩취도 거의 없다. 라벨 디자인과 함께 이 오밀조밀한 식물성 향기에서 약간 여성스러운 막걸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질감은 다소 바디감이 있는 편이었다. 물론 아무래도 도수가 6도로 낮은 만큼 그렇게까지 알콜이 세거나 바디감이 강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쌀과 함꼐 딸기까지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나름의 바디감이 있었다. 탄산은 중간정도로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딸기 맛과 탄산이 함께 있으니 역시 좀 음료수 같은 느낌이 났다. 그래도 시원하게 넘기기는 무척 좋은 그런 질감을 가진 막걸리였다.
은근히 부산 지역에 좋은 막걸리가 많은 것 같다. 전통의 명가 금정산성 막걸리부터 감천 막걸리, 설하담 막걸리 등 꽤 좋은 인상을 받은 막걸리들 중 부산 출신이 많다. 서울과는 또 다른 매력의 항구도시 부산이 술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니 매우 반갑다.
최근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부산을 찾게 되는데, 이번에는 한 번 시간을 내서 다대포 해수욕장 쪽을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막걸리는 정말이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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