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역에 있는 고깃집 푸에르코 삼성에 갔다. 좌석마다 나름 분리되어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그런 컨셉의 고깃집이었다. 물론 소맥을 말아먹어도 좋겠지만, 경험치를 확보하고 또 더 의미있는 술자리를 만들기 위해 와인리스트에서 와인을 골라 마셨다.
이번에 고른 것은 칠레산 비냐 마이포 (Vina Maipo) 클래식 시리즈 까베르네 소비뇽 2022년산이었다. 처음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마시기 시작했으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니 꽤 좋았다.
이 비냐 마이포 클래식 시리즈 까베르네 소비뇽은 전형적인 칠레와인이다.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맛이 잘 살아 있는 와인이다. 와인도 참 스펙트럼이 넓은 술이기는 하지만, 생산지와 품종에 대해서만 조금만 민감해져도 큰 틀에서 맛의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피노 누아보다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며, 전세계 어디에서든 잘 자라는 포도 품종이다. 블랙커런트(black current)나 자두, 블랙 베리 같은 그런 과실향이 나며, 따뜻한 기후에서 나오는 것일 수록 블랙 커런트의 향이 세진다고 한다.
실제로 이 비냐 마이포 까베르네 소비뇽 역시 과실향이 두드러지는 그런 풍미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산미가 나름대로 있는 편이며, 단 맛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살짝 볼드한 느낌이 있었다. 향이 뚜렷하고, 그리고 맛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그런... 탄닌이 다소 느껴지지만, 맑고 투명한 물의 맛이 함께 느껴져서 그렇게 쓰다는 인상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정석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역시 신대륙 와인, 칠레 와인이라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칠레 와인이라고 하면 과일 향이 강하고 안토시아닌, 타닌 등 폴리페놀 함량이 많아서 색깔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칠레 와인은 유럽 전통 와인의 섬세함과 미국 와인의 풍부한 과일향과 힘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에 마신 비냐 마이포를 마시면서도 한번 더 이 체리향의 풍부함과 씁슬하지만 맑고 투명한 뉘앙스를 주는 칠레 와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와인은 드넓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열심히 양조되는 술이 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좋은 와인이 드물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물론 내가 몰라서 그렇지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나름 좋은 와인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마셔 보고 싶다.
향도 나름 괜찮았다. 아까 맛에서 언급한 다크 베리류, 그리고 살짝 초콜릿향이 났다. 아마 이 2022년 빈티지는 따뜻한 곳에서 과숙성된 빈티지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살짝 삼나무나 오크향 같은 나무 계열의 향이 덧붙여지고, 끝에는 다시 포도 껍질의 냄새로 마무리가 된다. 상당히 깨끗한 느낌의 향이다. 탄닌이 있고 다소 드라이한 맛에도 불구하고, 향 전체적으로 약간 초콜릿 같은 달콤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도 아주 좋다. 정말 고기와 함께 먹었을 때 맛도 맛이지만, 이 향이 참 음식과 잘 어울리고 식욕을 돋구워 주는 것 같다.
질감은 상당히 부드럽다. 맑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프트한 느낌의 술이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다 마신 다음에 같은 것으로 한 병 더 시켜 마셔 보았다. 보통 다른 것을 마셔 보는 것이 취미인 나로서는 이런 일은 드문 편인데, 이 비냐 마피오는 매우 마음에 들었으므로 한 병 더 가보기로 했다.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술 자체의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맛과 향 질감 모두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직 비싼 와인을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정말 와인은 싼 물건 중에서도 훌륭한 술이 많은 것 같다. 조금씩 이렇게 지평을 넓혀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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