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지역에 피자 명가 중 '이탈리아 국립피자학교'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이 음식점도 내가 알기로 20년 이상 한 곳에서 영업하면서 명성을 쌓은 곳인데, 진짜 음식이 괜찮다. 특히 고르곤졸라 같은 것도 여기서 먹어 보면 다르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홍콩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가 귀국한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과거에 스페인에서도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이탈리아 국립피자학교에서 제공하는 와인리스트를 보더니, 이 타파스 템프라니요 (Tapas Tempranillo)를 보고 매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있네, 이거 마시자."
스페인에서 사는 동안 그는 20유로 넘는 와인을 마신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이하에도 좋은 와인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었다. 그 중 싸면서도 맛있는 와인을 몇 개 기억해 놓았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타파스 템프라니요였다고 한다.
맛있는 빠에야 (이탈리안 음식점이지만 와인에 맞추어서 빠에야를 시켰다), 고르곤졸라 피자를 시켜 놓고 이 타파스 템프라니요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먼저 맛이다. 생각보다 드라이함에 놀랐다. 보통 스페인 와인 중에서 이런 데일리는 약간 단 것이 많다는 인상이었는데, 이 타파스 템프라니요는 당도가 낮고 상당히 드라이한 술이었다. 짭쪼름한 치즈 베이스의 음식들과 상당히 잘 어울렸고, 특히 해산물과 궁합이 좋았다. 약간 차를 마시는 것 같은 정도의 드라이함이었고, 그만큼 탄닌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오호.. 이것이 에스파냐의 참이슬이로구나... 하면서 기분 좋게 들이켰다.
드라이한 와인 특유의 오크통 향이 매우 좋았다. 포도 자체의 과실 향이 아주 풍부하게 올라오면서도, 이런 다양한 향이 나는 와인을 나는 높게 평가한다. 이 타파스 템프라니요 역시 이전에 마신 샤또 레 아르크 세미 스윗 레드와 마찬가지로 템프라니요 와인인데, 스페인 포도의 슈퍼스타라고 하는 템프라니요 자체가 산도가 높고 당도가 낮다고 하니, 아마 이 포도의 영향을 역시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 리뷰한 샤또 레 아르크 세미 스윗 레드 리뷰는 아래 참조..
2023.02.21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Chateau Les Arcs Semi Sweet Red (샤또 레 아르크 세미 스윗 레드, 2022)
짙은 보라색의 색채처럼, 꽤 바디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술의 특징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수입맥주보다 가성비가 더 뛰어난 거 같은 이 한 잔으로 간만에 아주 즐겁게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특별함이 없어도 그 순간에 특별함과 개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 좋은 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싸고 좋은 와인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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