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받은 스페인 와인이다. 내가 스페인 와인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누군가 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 술병 뒤쪽을 보면, 술에 대한 정보를 기재한 라벨이 있는데 여기 왼쪽 상단에 Vino Tinto Semidulce 라고 쓰여있는데 이게 바로 오른쪽 상단에 쓰여 있는 Red Semisweet Wine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실 병 뒤 쪽을 볼 것도 없이, 라벨 맨 밑에 RED SEMISWEET WINE이라고 크게 대문자로 써 있기도 하다. 도대체 얼마나 달길래 그러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와인들과 달리 이 와인은 빈티지 정보가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하지만 역시 술병 뒤쪽에 희미하게 L 2022-01-10이라고 날짜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2022년에 병입이 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마 거의 숙성 없이 당해 생산분이 당해 유통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다소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와인이 알고보니 정말 괜찮은 느낌이었다. 스페인의 대표 포도 품종 템프라니요 (Tempranillo)를 주종으로 하는 varietal wine (다른 품종을 섞어 만든 것) 인데, 맛이 꽤 좋았다. 이 술을 찾아보면 꽤 리뷰가 많이 나오는데, 심지어 Vivino에서도 한국사람들이 주로 리뷰를 남겼다. 아마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만든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어찌되었든 한국인인 나 역시 이 술이 꽤 맛있게 느껴졌다.
먼저 맛이다. 은근히 이 술에서는 달콤함과 함께 타닌의 씁쓸함이 잘 느껴진다. 병에 있는 RED SEMISWEET라는 대문자가 너무 강해서 마치 진로와인과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는 거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초콜릿과 같은 단맛이 강한 안주를 함께 곁들이면, 단맛 보다 그 한층 안쪽에 들어가 있는 포도 자체의 새콤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탄닌이 적절히 존재감을 뽐내는 뒷맛이 나름 인상깊었다.
그러나 물론, 달콤한 안주 같은 것을 걷어내고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맛을 음미해 보면 확실히 달긴 달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술에 대해서는 막걸리로 많이 적응하여 그리 싫지만은 않지만, 와인에서 단 맛이 느껴지는 경우 역시 살짝 싸구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와인은 약간 다르다. 고급 디저트와 같이 기품있는 단 맛이 주가 되어 상당히 기분이 고양되는 걸 느낄 수 있다.
향은 짙은 포도향이 난다. 베리 같은 유사한 느낌의 과일도 살짝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본은 포도 향이다. 달콤한 인상의 맛과 잘 어우러지는 풍부하고 스위트한 향이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살짝 빵 향기가 풍기고 흐릿하게 쌉쌀함을 설명 해 주는 담배향 같은 것도 맡을 수 있다. 스페인의 건조한 기후 때문인가 유난히 달콤하고 습기가 적은 느낌의 향이라고 생각한다. 건포도의 향기 처럼 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 (12도)에도 불구하고 알콜 킥이 조금 느껴졌다. 바디감도 비교적 있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질감은 가볍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무겁게 혀를 눌러 주면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달콤함이 유난히 강조되는 것도 이런 질감의 특성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엔 스페인 와인을 좀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나름 꽤 만족스러웠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좋았다. 가볍고 편하게 마시기에는 오히려 이런 스페인 와인도 꽤 매력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다. 정말이지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좋은 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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