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신 막걸리 중 가장 드라이한 막걸리였고, 가장 '카라쿠치 (辛口)'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막걸리였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특별한 막걸리였다.
이 양지백주는 이전 소개한 합정역의 와인앤모어에서 사온 술로서, 이 합정역 와인앤모어에서는 꽤 좋은 막걸리 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 (2023년 초)에는 강원도 지방의 술들을 꽤 갖추고 있는데, 이 양지백주 역시 강원도 양양군의 막걸리이다.
살펴보니 합정역 와인앤모어는 2022.11.18.에 오픈하였는데, 뜻밖에도 좋은 매장을 초기부터 다니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양지백주를 마셨을 때, 나는 엄청 좋지 않은 일을 막 해결하고 엄청 지치고 괴로운 상태에서 먼저 집에 있던 와인을 좀 마신 상태였다. 이때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양지백주를 열어 위스키 컵에 가득 담아 한잔을 마셨다
내심 프리미엄 막걸리 중 달콤한 맛이 강한 술을 기대하고 한잔을 따랐지만, 첫 잔부터 상당히 드라이하고 매콤한 느낌의 알콜킥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정신이 바짝 들어서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서 이 막걸리가 달콤하지는 않지만 정말 맛있는 막걸리라는 강렬한 인상도 함께 남았다.
이후 며칠이 지나 다시 조금 더 숙성이 진행된 양지백주를 다시 마셔 보았다. 역시 카라이(辛い), 카라구치(辛口)의 맛이 느껴졌다. 제대로 드라이하고, 단맛은 최소한으로 제어되어 있다. 일체의 감미료 없이 물과 쌀로만 만들고 이 양조 과정을 세번 거치는 삼양주임에도 불구하고 쌀 막걸리 특유의 초컬릿 같은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매콤한 후추맛과 함께 고소하고 알싸한 곡주의 맛이 나고, 그 뒤에야 눌려져 있던 단맛이 슬쩍 꿀이 새어 나오듯 깊은 곳에서 짜릿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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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징은 위에 인용한 이상헌 탁주와도 많이 닮았다. 손쉽게 타협하지 않는 제대로 된 드라이함, 일본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에서 감히 사용했던 'Super Dry'라는 문구는 바로 이 양지 백주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술의 알콜 도수는 15도인데, 알콜 킥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맛을 구성해 준다. 알콜 킥이 이렇게 효과적으로 술 속에서 피어나는 것은 위스키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향 또한 매우 깊고 좋다. 달콤하거나 과실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향기로운 막걸리 향이 짙고 묵직하게 올라온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향의 퍼짐성도 상당히 좋다. 잘 빚은 곡주 특유의 그윽한 향기와, 곱계 발효된 누룩의 향긋한 발효취의 조합이 좋다. 깨끗한 물가의 싱그러운 숲향기도 함께 느껴진다. 생산지가 강원도 양양인만큼 아무래도 물 하나는 좋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싱그러운 양양의 바닷가도 함께 떠올려 본다. 뭔가 그런 건강함과 시원함을 지닌 향을 가졌다. 향 또한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도수가 15도로 거의 물을 타지 않은 만큼, 질감은 역시 다소 진득한 편이다. 해창 막걸리 수준으로 꾸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왠만한 12도 이상 급의 막걸리 중에서는 상당히 농도와 점도가 높은 편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바디감도 매우 중후하고, 지게미도 충실하게 느낄 수 있다.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 스타일보다는 입에서 차분히 굴려 마시는 편이 훨씬 느낌도 좋고 맛도 좋다. 질감에서도 좋은 물을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상당히 매끄럽고 깨끗한 느낌이다. 탄산은 거의 없고, 잔당감도 없다. 정말 슈퍼 드라이, 그리고 살짝 매콤함까지 느껴지는 그런 알싸한 질감이다.
개인적으로 강원도 막걸리는 별로 접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이렇게 훌륭한 막걸리가 양양군에서 나오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좋은 술인데 잘 알려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양조장 인터뷰로는 아래 농민신문 링크 정도가 쓸만하다.
https://www.nongmin.com/367075
이렇게 좋은 술을 찾아내서 유통해 주는 와인앤모어의 안목에 놀랐다. 앞으로도 좀 자주 체크해 봐야겠다.
막걸리는 정말 와인만큼 다양하면서도, 단순하고 접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정말이지 즐거운 취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막걸리를 더 즐겁게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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