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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Undurraga Founder'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8 (운두라가 파운더스 콜렉션 까베르네 소비뇽 2018)

by FarEastReader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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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지난 시간 동안 쓸데없이 소맥이나 소주 이런 걸 많이 마신 점이다. 더 건강할 때 오히려 좋은 술을 많이 마시고 잘 회복시키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게 좋았을 것 같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갈 수록 마실 수 있는 술의 양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은 모든 것이 결코 무한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우리의 삶을 좋은 것으로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와인 선물을 좀 받았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가 술 선물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술을 선물해 준다. 이런 관계들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 고마울 뿐이다.

 

이번에 마신 운두라가 파운더스 콜렉션 까베르네 쇼비뇽(Undurraga Founder'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8년 빈티지 또한 예전에 선물 받은 와인이다. 보내주신 분을 생각하며 연휴 기간에 한 잔 따라 마셔 보았다. 올해에는 정말 와인에 대해서도 지평을 좀 넓혀 보고 싶다. 요새는 여전히 막걸리에 빠져 있는데, 역시 주당이라면 와인의 매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스키도 좋고 막걸리도 좋지만, 역시 와인이 근본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한 잔 따라 놓았을 때 색깔에 좀 놀랐다. 정말 진한 보랏빛 액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불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꽉 찬 짙은 자주색이었다. 고대에는 보라색 염료나 색소가 정말 귀해서 귀족만이 쓸 수 있는 색깔이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풍부하고 짙은 보랏빛은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이 운두라가 까베르네 쇼비뇽은 칠레의 유명 포도 산지인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재배된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 100%로 만든 와인이라고 한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칠레의 포도밭을 상상하게 되는 그런 컬러였다. 끝없는 녹지 위에 한없이 펼쳐져 있는 짙은 보랏빛 포도들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는 바로 현실로 돌아와 향을 맡아 보았다. 포도밭을 상상해서 그런지 살짝 식물의 파릇한 향이 느껴지고, 그리고는 참나무통 향기가 짙게 피어났다. 그리고는 포도의 건강하고 상큼한 향이 들어오는 것이 즐거웠다.

 

먼저 맛이다. 상당히 드라이한 와인이다. 거의 단맛이 없고, 탄닌이 액체 전체에 곱게 분포해 있는 느낌이다. 아까 말했던 초원의 느낌이 나는 맛이다. 살짝 풀떼기 맛이 씁쓸하게 느껴지면서 블랙 베리류, 포도의 상큼한 새콤함이 퍼져 나간다. 액체가 진한 느낌이 든다. 살짝 밀키한 느낌이 나고, 그래서인지 맛이 훨씬 진하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과일 팩에 담긴 블루베리나 오디를 한 웅큼 집어 먹었을 때 느끼는 '생각보다 달지 않은' 느낌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그러나 산미는 비교적 강한 편이어서 꽤 주스처럼 '맛있다'라는 인상을 준다. 쓴맛과 산미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단맛 없이도 굉장히 매력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향은 포도향이 가장 기본이다. 이 술은 까베르네 소비뇽 100%인데 이 품종의 포도가 완전히 익으려면 따뜻한 기후가 필요하여 피노 누아(Pinot Noir)보다는 온난한 기후에서 재배가 잘 된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칠레는 까베르네 소비뇽에 잘 어울리는 토양인지도 모른다. 서늘한 해에는 와인에 피망 향이 스치며, 지나치게 더운 해에는 잼 같은 느낌으로 조리된 블랜커런트 풍미를 낸다고 하는데, 2018년의 칠레 마이포 밸리 지방의 기후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포도향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거의 향수 수준으로 강한 향이 났는데, 맨날 향이 약한 전통주에 코를 묻고 있다가 이렇게 향이 강한 술을 맛보니 향이 정말 풍성하게 느껴졌다. 정말 부케 (Bouquet)라는 표현이 딱 맞는 느낌이다.

 

포도향 이외에도 참나무통향이 곱게 나고, 뭔가 식물향이 함께 피어오른다. 그래서 베리향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향신료 (후추)나 담배 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과실이나 참나무통 같은 식물성 향기가 강해서 약간 신선한 느낌이 강하다. 뒤로 갈수록 살짝 초콜릿의 씁쓸하지만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이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와인잔 그 자체보다 병 입구에 코를 대고 향을 맡으면 이 초콜릿 향이 더욱 강한 느낌이었다.

 

질감(palate)도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바디감이 강한 편이었고, 알콜 도수가 14도로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술 안에서 알콜을 나름 느낄 수 있는 질감이었다. 녹진하고 무거운 느낌이었고 입 안에서 굴려도 충분히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술이었다. 여운도 나름 긴 느낌이고,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 그런 건 없지만, 그래도 무겁고 끈적하게 넘어가는 액체의 느낌이 나름 관능적이었다.

 

칠레와 같은 남미 신대륙 와인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역시 편견 없이 마시고 보면 훌륭한 와인이 많은 것 같다. 와인이 재미있다는 것은 정말 마실때마다 통감하지만, 역시 혼자 즐기기에는 쉽지 않고, 또 재미가 없다. 와인을 더 알기 위해서 역시 사교가 필요한 느낌이 든다.

 

올해는 좀 더 맛있는 와인들을 적극적으로 마셔 보고자 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좀 더 폭넓게 만나 보려고 한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용기 있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지평을 넓혀 나가고 싶다. 아직은 젋다는 걸 잊지 말자.

 

Undurraga Founder'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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