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막걸리를 마시러 찾아가는 정작가의 막걸리집에서 발견한 막걸리다. 삼 씨앗, 즉 대마 씨앗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 때 한 번 마셔보려 했지만, 이미 재고가 떨어졌다 하여 마실 수 없었다. 그 이후 계속 한 번 마셔봐야지 하고 각을 재고 있다가, 합정역의 와인앤모어에서 발견해서 이번 설 연휴 기간에 구입하게 되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의 와인앤모어에는 강원도 지역의 고급 탁주가 많이 들어와 있었는데, 앞으로도 종종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강원도 지역의 술들도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대마 씨앗 - 헴프 시드 (Hemp seed)로 알려진 대마 씨앗은 대마초와는 달리 환각 성분이나 마약 관련 성분은 없다. 환각 성분을 없애서 가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환각 성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가공하거나 기름을 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해외직구로 햄프씨드나 햄프씨드 오일을 살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이 대마 씨앗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한 슈퍼 푸드라고 하는데, 특히 요새 운동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르기닌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쨌든 대마 씨가 들어가 있는 막걸리라고 하니 큰 호기심을 가지고 한 번 마셔 보았다.
먼저 맛이다. 첫 맛부터 아주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하지만 미국 뒷골목에서 맡을 수 있는 대마 향은 그렇게 강하게 나지 않는다. 오히려 좀 고소한 맛과 치즈같은 누룩향이 강하게 난다. 어떤 사람은 이 누룩향을 청국장향이라고 이야기 하던데 나도 동의한다. 전반적으로 달지 않은 편이며, 살짝 시큼털털한 뒷맛이 남는다. 힙한 포장과 달리 생각보다 옛날 스타일의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벨을 살펴보니 인공 감미료는 없지만 옥수수가 1.64%, 감자가 1.64%, 그리고 대망의 헴프씨드 (대마씨)가 1.09% 들어있었다. 이 세 가지 독특한 재료가 4.92%를 차지하는 누룩과 함께 아주 개성적인 맛을 자아내는 것 같았다. 고소하면서도 독특하고, 묘하게 치즈맛과 기름진 맛이 감돌게 하는 그런 맛이다.
향 또한 맛에서 표현한 것처럼 대마 특유의 향이 강조되거나 하는 것은 없고, 오히려 발효된 누룩의 발효취와 술 자체의 약간 시큼한 향이 인상적이다. 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나, 그래도 쌀 막걸리 특유의 쌀로 만든 곡주의 달큰한 향은 묵직하고 진하게 퍼진다. 묘한 향이다. 비록 대마초 냄새는 아니더라도 향기만으로도 상당히 인상에 남는 막걸리가 아닐까 싶다.
도수가 12%로 꽤 높은 편이지만, 좋은 재료를 풍부히 써서인지 알콜 자체가 강조되는 느낌의 술은 아니다. 다양한 재료의 맛과 향이 묘하게 조합되었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알콜 자체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보통 10도가 넘어가는 술은 아무리 그래도 알콜의 킥을 좀 느낄 수 있는데 이 '칠 위드 미'는 시간을 두고 나누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시점의 술과, 몇 시간 밖에 두어 다소 미지근해진 뒤 마셨을 때에도 모두 질감면에서 알콜이 강하게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바디감은 그래도 중간 정도로 있는 편이고, 도수가 12%짜리이다 보니 역시 물을 적게 탔기에 다소 녹진하고 액체의 점도가 높은 점은 있었다. 탄산은 거의 없었고, 그렇게까지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잔당감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그런 술이었다.
특이한 소재, 힙한 라벨로 꾸몄지만, 뭔가 아주 옛스러운 맛이 나는 그런 막걸리였다. '대마'라는 재료를 도입한 이런 시도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 탁주는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양조 과정에 첨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술을 만드는 마마스팜 역시 이전에 소개한 경남 창녕의 '맑은내일 발효막걸리'처럼 여러 발효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나왔다.
2023.01.15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맑은내일 발효막걸리 시그니처 (경남 창녕)
이렇게 발효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이 참 의미있게 느껴진다. 마마스팜의 홈페이지 링크도 남겨 두니,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https://mamasfarm.co.kr/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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