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에 막걸리 리스트가 정말 어마어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정작가의 막걸리집이라는 곳이다. 나도 왠만한 곳에 가 보면 해당 가게에서 파는 막걸리는 거의 다 마셔 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정작가의 막걸리에서는 여전히 못마셔본 막걸리들이 정말 가득하다. 그리고 여기는 항상 막걸리 리스트가 업데이트 된다. 정말 엄청난 곳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정작가의 막걸리집 위치도 참고로 소개한다.
이전에도 정작가의 막걸리집에서 한잔 하고 포스팅을 올렸는데 (해창 막걸리 6도) 해당 리뷰는 아래를 참조하기 바란다.
2022.05.12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6도
서론이 너무나 길었다. 정작가의 막걸리집에서 술 추천을 받을 때, 드라이하면서 아주 고급스러운 맛의 막걸리가 있다고 하여 추천 받은 것이 바로 이 꽃잠이다.
첫맛부터 아주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일체의 합성 감미료도 배제하고, 입국이 아닌 우리밀 전통 누룩을 쓴 이 술의 첫 맛은 아주 기분좋고 상쾌한 산미였다. 그리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탄산의 청량함과, 일반적인 막걸리와는 살짝 결이 다른 달큰한 풍미가 재미있었다. 꽃잠은 딱 한번 빚어 만든 단양주라고 하는데, 결코 거칠지 않고 매우 깔끔하다. 단맛이 아주 드라이한데 쌀 그 자체에서 나오는 달콤함이 정말 성숙하고 정제된 형태로 곱게 드러나고 있었다.
조금 살펴 보니, 이 꽃잠을 만들기 위해서 쌀을 씻을 때 일반적으로 씻는게 아니라, 쌀뜨물이 나오지 않을 때 까지 손으로 계속 씻고 또 씻는다고 한다. 이걸 손으로 다 해서 하루에 씻을 수 있는 양이 15~16kg 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술 맛이 상당히 깔끔했다.
"이런 술로 잘 증류시켜 소주를 만들면 참 좋을 텐데..."라는 말이 나왔다.
향도 참 곱다. 함양쌀과 지리산 기슭의 물로만 빚는데다가, 전통 우리밀 누룩만 써서 만들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잡스러움이 없고, 매우 깔끔한 느낌이다. 향에서는 약간 들꽃향기마저 느껴진다. 드라이한 단맛과 새콤한 산미에 어울리는 상쾌한 막걸리향이 인상적이다. 꽃잠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있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정말로 자연적으로 잘 발효된 좋은 술의 깔끔한 향기에 절로 취해서 꽃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질감도 특별하다. 탄산이 생각보다 강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매우 상쾌한 질감을 가졌다. 역시 좋은 물을 쓰는지, 목넘김이나 혀에 닿는 액체의 느낌도 매끈하고 깔끔하다. 가장 일반적인 6도짜리 술이지만, 나름의 바디감이 있다. 알콜 킥에서 오는 바디감이 아니라, 묵직하게 발효가 된 술 특유의 기분 좋은 발효감이다. 이렇게 맛과 향, 그리고 질감까지 꽉 찬 술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꽃잠을 만드는 지리산의 옛술주조에 대해서는 아래 네이버 블로그가 아주 훌륭한 리뷰와 기행담을 전해 주고 있다. 꼭 한 번 참조해 보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kimkahyun/222889915331
정작가의 막걸리집에는 조만간 또 오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막걸리를 마음 놓고 좋은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도 또 하나 이렇게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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