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는 비싸고 귀한 술이다. 경북 문경의 옛이름 '문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데, '문희'에는 기쁜 소식을 전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문희는 삼양주이다. 유기농 햇찹쌀을 가지고 덧술을 세번 하여 만든 술이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이 부분에 대해 이 술을 만드는 문경주조는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모든 술 빚는 과정 하나하나를 손으로 직접 하고 있는 '수제전통주'로, 힘겨운 육체노동 뒤 황토 벽돌로 지은 황토 방에서 100일 이상 자연 건조로 숙성시키는 기다림 끝에서야 비로소 진짜배기 탁주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문경주조의 홍승희 대표의 사진이 엽서와 함께 배송되어 온다.
맛을 보고 딱 느낀 것은, 이전에 리뷰한 이상헌 탁주와 아주 닮았다는 점이다. 물론 확연히 맛이 다른 두 술이다. 하지만, 전통 고급 막걸리 특유의 고급스럽고 절제된 연한 달콤함과, 이마저도 금방 거두어 들이는 아주 드라이한 느낌이 비슷했다. 그러나, 이 문희가 재미있는 점은 '매운 맛'이 아주 독특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문희는 '매운 막걸리'라고도 할 수 있다. 알싸한 고추나 후추향을 닮은 독특한 매콤함...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고추장이나 쌈장의 그런 매콤함이 아니다. 비교적 높은 알콜 도수 (13도)와 드라이함의 조화로 생긴 싱싱하고 투명한 매콤함이다. 정말로 spicy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2022.07.16 - [Useful Things/술 추천] - 이상헌 탁주 14도
그리고 역시 좋은 누룩을 써서 그런지, 발효가 상당히 깊고 풍부하게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맛이 아주 깊고 곱다. 이번에 마신 13도짜리는 500ml로 양이 많지 않지만, 배송 후 마셨을 때와, 약간 상온에 두어서 후발효를 시킨 후 마셨을 때를 비교해 보면, 후발효를 시켰을 때가 훨씬 좋았다. 전통 프리미엄 막걸리의 녹진함과 고소함이 살아 있는 가운데, 매콤함과 발효된 누룩의 치즈같은 느낌의 맛이 다채로웠고, 단맛은 철저히 억눌러져 있어서 오히려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 또한 일품이었다. 쌀로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 특유의 과실향이 느껴질 뿐 아니라, 함께 잘 익은 막걸리의 고소하고 달큰한 향이 아주 곱고 진하게 퍼진다. 막걸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향이 강하고 분명한 것은 큰 장점이다. 김훈 소설가가 안중근의 이야기를 쓴 '하얼빈'이라는 소설에서는, 코냑의 향기를 처음 맡은 안중근이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안중근이 코냑으로 입술을 적셨다. 안중근이 말했다.
- 향기로운 술이오. 향기가 사납구려.
바로 이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술은 (서양 술에 비해) 향기가 약한 술이 많다. 이 문희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문희는 향이 강하다. 그리고 향기롭다. 와인과 와인으로 만든 코냑도 재료는 포도 뿐으로 단순하지만 그 향의 세계는 매우 넓고 깊다. 우리 술이 쌀로만 만든다고 하여 그저 질박하고 단순한, 때로는 조금 역한 누룩취만 나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오해이고 무지이다. 문희처럼, 또 내가 리뷰한 많은 술처럼, 우리 막걸리의 향도 조금씩 발전되고 있고, 향기로워지고 있다.
문희는 매우 바디감도 강하고, 녹진한 느낌의 술이다. 나름 액체가 진하고 꾸덕하다. 그리고 물의 감각이 혀끝에서 느껴진다. 문경주조의 설명에 의하면 문경에서 양조를 한 이유가 좋은 물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러지 그 특유의 좋은 물이 질감으로도 느껴진다. 표면이 매끈하고 청량함이 느껴진다. 탄산감은 거의 없고, 알콜은 살짝 강하게 느껴진다.
문희를 만드는 문경주조는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도 다양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시간이 나면 문경주조에도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
또 하나 멋진 양조장과 명품 막걸리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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