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막걸리로 잘 알려진 생이명주 알밤주를 마셔보았다. 혜화역 근처 순대집인 순대실록에 갔는데 이 집은 순대도 맛있지만 막걸리 리스트도 장난 아니었다. 아마 사장님이 정말 막걸리에 진심인 분 같았다.
여러 종류의 알밤 막걸리가 있지만, 이렇게 요리도 훌륭하고 막걸리 리스트도 충실한 (생각보다 이런 요릿집이 정말 드물다) 가게에서 선정한 알밤 막걸리라면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한 번 주문해 보았다.
시원하고 청량한 막걸리가 입을 확실히 적셨다. 탄산이 아주 기분좋게 터져주었다. 정말 좋은 막걸리다,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알밤 분말이 섞여 노란색이 된 막걸리가 한층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달콤한 막걸리의 맛이 알밤의 성질이 다른 달콤함과 고소함과 섞여 새로운 부드럽고 중독적인 단맛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바밤바 막걸리 같이 단맛이 전면에 나오는 그런 류의 단맛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당히 절제되어 훨씬 고급스러운 그런 단맛이 났다.
그리고 쌀의 고소함이 힘있게 유지된 것도 특징적이었다. 보통 이런 살균탁주에 맛을 첨가한 막걸리는 첨가물의 맛과 향에 지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생이명주 알밤 막걸리또한 막걸리 특유의 쌀의 개성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가히 합격점을 받을 막걸리라 할만 했다.
향 또한 과하지 않고 좋았다. 알밤향과 함께 막걸리의 부드럽고 달큰한 향이 올라왔다.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잡내도 없고 깔끔했다. 이 술을 만드는 청주대청주조 라는 곳은 연매출 20억원 내외의 작은 회사지만 좋은 물과 재료로 술을 잘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질감은 이 생이명주 알밤 막걸리의 최대 장점이었다. 탄산이 기분좋게 살아 있었고 막걸리는 라이트하고 청량한 질감을 마시는 내내 유지해준다. 물의 맑음도 기분이 좋다.막걸리는 탁주지만, 정말 물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술이라고 생각란다. 특히 이렇게 6도로 맞춘 가성비 막걸리는 희석 과정이 들어가기에 더더욱 그렇다. 깔끔한 물의 질감은 막걸리를 훨씬 즐겁게 마실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알밤 막걸리는 공주 알밤막걸리가 유명
한데, 언젠가 원조격인 공주 알밤 막걸리도 한 번 마셔 보고 싶다.
풍부하고 취향이 있는 막걸리 리스트를 제공할 뿐 아니라, 멋진 안주와 요리가 있는 대학로 순대실록을 응원한다. 그리고 거기서 마신 이 생이명주 알밤 막걸리도 강력 추천한다. 간만에 행복한 식사를 해서 즐겁고 감사했다.
순대실록 대학로본점
서울 종로구 동숭길 127 우성빌딩
https://naver.me/GhvuMB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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