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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설하담 (부산)

by FarEastReader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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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막걸리가 좋은 고장이 부산이다. 금정산성 막걸리를 비롯하여 멋진 막걸리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에 마신 설하담은 부산의 젊은이들이 부산지역의 농산물을 가지고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라고 한다. 왠지모르게 서울의 나루 생 막걸리와 대조를 이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산 하면 약간 상남자들의 바다 도시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왠지 강하고 산미도 센 막걸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설하담은 달랐다. 아주 부드럽고 젠틀한 막걸리였다. 그제서야 나는 떠올렸다. 덩치도 크고 남자답지만 부드럽고 다정 다감한 경남 출신 친구들을...

한잔 부터 각별한 부드러움을 느꼈다. 간만에 지게미가 아주 많아 뽀얗고 곱게 갈린 곡식의 기분좋은 가루감이 느껴지는 술이었다. 이대로 얼려 팥빙수처럼 만들어 먹으면(또는 마시면) 정말 죽여줄 것 같은 부드러움이었다.

맛이 정말 깔끔하고 달았다. 쌀의 단맛을 아주 깨끗하고 예쁘게 뽑아낸 느낌이었다. 깔끔한 단맛은 바나나 느낌이 강했다. 또한 살짝 쌀 특유의 고소함과 잘 발효된 막걸리의 새콤달콤함이 간간히 고개를 내밀듯 느껴져서 마시는 순간마다 매우 즐거웠다. 정말 상큼하고 부드러운 막걸리다. 정말 요즘 세대의 막걸리의 전형이자 걸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매우 인상적인 맛에 비해, 향은 비교적 평범했다. 물론 향도 엄청 좋았지만, 살짝 누룩향도 나고 은근 평범했다. 오히려 달큰한 막걸리향이 익숙해서 좋기는 했지만 맛에 비해서 그 개성이나 부드러움은 좀 약했다. 향은 바나나 계열의 달콤한 향이 베이스를 이루었고 치즈향과 같은 누룩취가 있었다. 잡내는 거의 없었고 전반적으로 청결한 느낌을 주는 향이어서 호감을 주었다.

질감은 정말 또 재미있었다. 뽀얀 색상과, 오랫동안 세워 두어도 투명한 부분이 잘 구분 되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술 역시 쌀을 아끼지 않고 많이 쓴 좋은 술이다. 그래서 바디감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고, 곡식의 가루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곱고 부드럽다. 아주 잘 저어 줘서 만든 술이구나,라고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맛의 부드러움이 질감과 함께 승화되는 느낌이다. 아주 특별하고 기분좋은 질감을 가졌다.

알콜은 7도 정도로 살짝 높지만, 알콜 킥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부드러움 안에 알콜의 쌉쌀함이 느껴져 이 부분에서도 맛과 질감에 모두 묘한 개성을 더해 준다.

막걸리는 정말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어려움과 부침이 있겠지만 내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좋은 막걸리들은 계속해서 사랑받으며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져 본다.


설하담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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