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지역의 막걸리다. 이런 남쪽지역의 막걸리는 유통기한의 문제로 서울에서는 정말 구하기 힘들다.
이번에 마신 도산 법송탁주 유통기한이 딱 15일이었다.
각 지역에 정말 좋은 막걸리가 많은데 이렇게 직접 오지 않으면 경험을 할 수 없는 막걸리가 많으니 아쉬울 뿐이다.
도산 법송탁주 생막걸리는 통영 강구항 지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모든 편의점이나 마트, 식당에서 팔리고 있었고 다들 이 막걸리를 마시는 분위기였다. 듣기로는 통영지역에는 산양막걸리와 광도막걸리, 그리고 욕지도 고구마 막걸리가 있다고 하는데 짧은 일정에서 모두 맛보기는 좀 어려웠다. 또한 '거북이와 두루미' 라는 가게에서 건축가 박준우씨가 콘크리트 배합법을 응용하여 신중히 만들었다는 막걸리가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것 또한 구할 수 없었다.
도산 법송탁주 생막걸리는 탄산을 거의 느낄 수 없는 막걸리였다. 물론 만든지 하루 밖에 안되서 유난히 탄산이 약했을 가능성이 있다. 생막걸리는 일주일 정도 지나야 탄산이 많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정도 서늘한 실내에서 발효시켜 마셔 보아도 크게 탄산감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을 때, 원래 부드럽고 녹진한 그런 막걸리가 아닌가 싶었다.
맛은 정말 부드럽고 진했다. 살짝 농후한 느낌이 나고 곡식을 쪄서 만든 음식 특유의 뻑뻑한 맛과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언뜻 액체이기에 크리미함으로도 느껴지지만, 이건 유제품 느낌의 크리미함과는 다른 맛이었다. 회보다는 매운탕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고, 바닷가에서 수영한 후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느낌의 그런 술이었다.
이 도산 법송탁주 생막걸리는 향이 강한 편이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살짝 누룩향과 섞여 아주 매력적인 향이 되어 술 전체에서 풍겨나오고 있었다. 술을 종이컵 잔에 따랐을 때 액체 전체에서 향이 내뿜어져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도산 법송탁주 생막걸리는 포장도 은근 귀여웠다. 오랫동안 같은 디자인을 유지해 온 것 같은데, 누런 라벨의 색채나 탈춤추는 사람의 디자인도 꽤 마음에 들었다. 잔에 따랐을 때에도 약간 누런 빛이 감도는 탁한 술빛이었는데 은근히 식욕을 복돋아 주었다.
질감은 탄산이나 청량함보다, 농후함과 녹진함이 두드러진 막걸리였다. 벌컥벌컥 마시기 보다는 한 잔 한 잔 음미해서 마시기 좋은 그런 류였다. 차게 마시기 보다 살짝 미지근 했을 때 더 맛이 우러나올 것 같은 그런 질감이었다. 지게미의 가루감은 거의 없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맛보다, 재료 본연의 풍미가 잘 느껴지는 그런 맛이고, 또 질감도 그러했다.
통영 지방도 좋은 막걸리도 많고 개성있는 막걸리 전문점도 있다고 하는데 바쁜 일정에 이렇게 스쳐지나가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얼른 일을 잘 마무리 해서 전국 막걸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상상하며 막잔을 비웠다. 좋은 술을 만나면 좋은 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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