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소비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술을 마시면 좋은 점도 있지만, 건강 상 여러 단점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술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술 한잔을 마시면서 밤하늘의 별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던가 한 적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기분이 든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만약 당신이 이정도로 술을 좋아하면, 과음하지 않도록, 알콜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마신 이탈리아 와인 카스텔로 디 몬산토 끼안티 클라시코 DOCG 역시 매우 훌륭했다. 함께 했던 짦은 시간을 이렇게 기억으로 남겨놓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먼저 이탈리아 와인에 붙는 DOCG라는 표기의 뜻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Grantita, 약 5%): 이탈리아 와인 등급 중 최상위 등급으로, 품질이 좋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그 지역의 특징, 다시 말해 테루아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을 나라가 보증한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AOC도 마찬가지로 품질보장이 아니라 그 지역의 테루아를 잘 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DOCG 레드 와인의 경우 병목에 붉은색, 화이트 와인의 경우 녹색의 실(Seal)이 부착되었지만 요즘에는 구분이 사라졌다.
출처: Wine21.com (https://www.wine21.com/)
지난 2020년 추석 즈음에 선물받은 것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올해 추석에 꺼내 마신 것인데, 이 몬산토 끼안토 클라시코 2018년 빈티지의 경우 선물해준 사람이 시음 적기로서 2020-2025년을 이야기 해 줘서, 그 중간인 2022년을 골라 꺼내 본 것이다.
전에도 몇 병의 이탈리아 와인의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나는 구대륙, 신대륙 와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구대륙 중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와인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와인이 은근 끌리는 편이다. 미국 와인은 살짝 심심하게 느껴지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한국 막걸리처럼 개성이 좀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름의 고급스러움과 기품을 갖추고 있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는 유럽이 몰락하는 시기를 살고 있지만, 유럽 문명이 가꾸고 키워온 과학문명과 근대문명, 그리고 이 와인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맛이다. 이 와인은 탄닌의 부드러움과 풍부한 베리류의 산미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조금 찾아 보니, 이 몬산토 와이너리 (Castello di Monsanto, 직역하면 카스텔로 성 이려나?)는 비앙키(Bianchi) 부부가 만들어 1962 빈티지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여 2022년 올해 딱 60주년을 맞은 곳이다. 홈페이지가 아주 수려하게 잘 되어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https://www.castellodimonsanto.it/en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화려한 부케와 과실향이 참으로 매력적인 와인이다. 빛깔은 깊고 붉은 빛이 감도는 데 살짝 갈색까지 느낄 수 있는 색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포도품종을 산지오베제(Sangiovese) 90%, 까나이올로 (Caniolo), 꼴로리노 (Corlorino) 합쳐 10%로 여러 품종이 섞인 와인이어서 그런지 맛도 풍부한 인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토양의 특징을 잘 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내 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었지만, 약간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처럼 쿰쿰하고 매력적인 향이 올라와서 역시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것인가 생각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것은 상큼한 과실향을 잡아주는 부드러운 탄닌의 조화였다. 거의 달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인데, 과일의 산미가 나름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으나, 이를 과하지 않게 탄닌이 잘 잡아 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훌륭하게 직조된 건축물 같기도 하고, 신비한 양탄자 같기도 한 그런 맛의 조화였다. 마시는 내내 밤하늘과 우주를 연상하며 마셨는데,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 술 한 잔 가볍게 즐기는 삶은 어떨까, 다시 한 번 상상해 보았다.
질감은 어느정도 바디감이 있는 편이고, 어느 정도 잘 짜여진 구조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었다. 액체에 힘이 살아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까 이 몬산토 끼안티 클라시코 DOCG를 만드는 몬산토 와이너리의 홈페이지를 소개했는데,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만 가 봐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제대로 된 취향을 가진 멋진 사람들이 만드는 술이라는 것을, 와인을 입에 댈 때마다, 또 그 안에서 맛과 구조를 느낄 때마다, 또 향을 맡을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싼 와인에 큰 흥미는 아직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와인들은 계속해서 만나고, 배우며 지평을 넓혀가고 싶다. 그러다가 내 인생과 함께 와인의 수준이 올라가면 언젠가 한병에 몇백만원씩 하는 와인도 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아니 그런 꿈을 꾼다 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런 좋은 와인은 참 다른 의미로 삶을 밝혀 주고 또 의욕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같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고 지친 하루를 위로해 주는 덤과 함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해 지기 위해서 스스로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좋은 술을 즐기기 위해서 더 좋은 삶과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새로이 시작하는 9월을 장식하기에, 아주 훌륭한 한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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