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동해로 나가 문무대왕릉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지역을 방문하면 관광도 관광이지만, 지역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렌다.
막걸리에 취미를 들이면,인생이 훨씬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지방에 갔을 때 '추가적인 두근거림'이 생기는 것이다. 이 지역엔 어떤 막걸리가 있을까.... 하는.
바다에서 놀 때마다 체육관을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도 좋고 다 좋지만 수영이나 마라톤 또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참 중요하다고 느끼는게 바로 이럴 때다. 보통 바다에서 놀 때는 위험하니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이번엔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파도도 세지 않아서 맥주나 막걸리 정도는 OK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막걸리는 참 좋은 술 같다. 와인만 되어도 알코올 도수가 두자리가 되니 신중해진다. 나는 취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살펴보니 나와 같이 지역에 가면 항상 그 지역 막걸리를 마시는 분이 있었고, 이 분이 경주 지역 막걸리 리뷰를 했기에 링크를 공유한다.
https://blog.naver.com/hateimf/222824839162
Back to the basic. 최근 약간 프리미엄 막걸리를 많이 마시다 보니, '내가 아는' 막걸리의 원형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생 경주 막걸리는 딱 그런 정의에 들어오는 막걸리였다. 살짝 약한 탄산감과, 혀를 감싸주는 듯한 달콤함, 그리고 시원함. 또 쌀 특유의 고소함과 6도의 약한 알콜에서 오는 부드러운 킥이 조화된 그런 맛. 장수 막걸리 맛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생 경주 막걸리는 장수 막걸리에서 탄산은 좀 빠져 있고, 단맛은 아주 살짝만 강화되어 훨씬 음료로서 마시기 좋은 그런 맛이다.
게다가 재료를 살펴 보면서 놀랐다. 가격이 천 원 전후 인데, 모든 재료가 국산이었다!
쌀값같은 것이 많이 올라서 이런 가격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국내산 재료만 썼는지, 인공합성감미료를 썼는지 여부를 프리미엄 막걸리인지 여부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산 쌀을 썼다는 내용이 정말 반갑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바닷가에서 시원하게 마셔서 더 맛이 좋게 느껴지는데, 재료를 확인하니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팽화미를 쓰지 않은 것도 특이하다. 과거에는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에 마신 생 경주 막걸리는 오직 팽화미가 아닌 그냥 쌀로 만들어낸 술인 것 같다.
그러나 맛은 역시 약간 연한 편이다. 이런 가격대의 막걸리에서 분명한 맛을 내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지평막걸리나 장수 막걸리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향은 약간 약한 편이다. 사실 맛도 약간 연한 편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 향에 더해 살짝 쌀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향을 느끼기에는 향 자체는 약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향 자체는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못살리는 건 좀 아쉽다.
질감은 라이트하고 좋다. 노동주로도 좋고, 이렇게 놀면서 마셔도 최고다. 가격에 어울리는 가볍고 행복한 질감이다. 술에는 정답이 없지만, 나는 막걸리에서 나름의 정답을 몇가지 가지고 있는데, 이런 묽고 시원한 라이트한 질감도 정답 중 하나라고 본다. 질감은 어디까지나 개성이지, 우열을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진하고 두껍고 꾸덕한 것 (농후한 것)이 좋은게 아니다. 정말 술마다 술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데, 그에 따라 맞추어 솔직하게 평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바다에 나오니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
이 생 경주 막걸리를 만드는 경주 전통 술도가는 이종호님의 '막걸리를 탐하다'에 나오는 '생보리탁'을 만드는 술도가이기도 하다. 근처 마트에서 이 술을 구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 경주 전통 술도가의 표준 막걸리인 생 경주 막걸리를 마셔 보니, 확실히 실력 있는 양조장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는 정말 묘한 술이다. 무슨 와인처럼 세계에 퍼진 것도 아닌데, 지역마다 다른 술이 존재하고 분명한 개성이 있다. 나는 위스키나 와인도 참 좋아하지만 그와 같은 이유로 막걸리의 세계도 정말 좋아한다.
플러스로, 이렇게 좋은 술들을 싼값에 홍보 없이 내 놓는 데서 순수함과 농심을 느낀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도 계속 막걸리를 탐구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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