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학을 믿든 그렇지 않든, 우리나라의 정신세계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유교, 불교와 함께 선(仙)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한국의 유,불,선 중의 선을 알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사주명리학과 주역을 피해가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신비주의에는 이 둘에 근거한 역학의 전통도 굳건하기 때문이다.
조용헌씨는 이 분야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저자 중 한 사람이다. 흥미본위라도 사주팔자가 무엇인지, 이게 진짜 믿을만 한 건지 알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이 전해주는 우리나라의 사주명리학 명인들과 관상의 명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이 품었던 포부와 역술로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읽다 보면, 사주팔자를 본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인 것이고, 현생에서 자긴에게 주어진 삶을 더 현명하게 살아 보려는 노력임을 알 수 있다.
책에서 재미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무속인의 신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체계를 갖춘 사주명리학과 달리 귀신의 힘에 의존하는 신기는 그 영적 능력의 총 사용량 (책에서는 TO라고 빗대어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티오가 다 차면 결국 능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였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어쩌면 이 티오가 다 떨어진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만약 티오가 소진되어 평범해 진 것이지 실제로는 무속인의 신기도, 귀신도 정말 있는 것이라면 탐구를 좀 더 지속해 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울러 저자는 스승도 만나고 싶다고 발원해야 만나지는 것이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만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내가 막혀 있지 않았나 싶다. 신통력있는 도사를 굳이 만나겠다는게 아니라, 인생과 일의 스승도 사실 원을 세우고 열심히 찾아야지, 그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절대 만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외롭고 힘들 때, 무속이나 사주에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다시 느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나쁜 운을 없애거나 운명을 개선해 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기운을 인지하고 우리에게 지도를 하나 건네 줄 뿐이다. 앞으로 이겨내고 버텨내야 할 것들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것 뿐이다.
근본적으로 미래는 알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우리는 우리 몫의 노력과 투쟁을 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 편이 현명하다.
한 번 사서 두고 읽어볼만 한 책인 것 같다. 관심있는 사람은 아래 링크로 사서 읽어 보기 바란다.
(위 링크는 쿠팡파트너스 링크로서, 이 링크를 사용하면 작성자에게도 소정의 수수료가 지급됨)
'Useful Things > 점술과 샤머니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진여 선생을 만나다 (13) | 2022.07.27 |
---|---|
청도 막걸리 도사 - 신점 (0) | 2022.07.01 |
무당이 어떻게 공수를 받는지에 대한 재밌는 영상 (0) | 2022.04.10 |
삼정도사 블로그 - 신점에 관심있는 사람 참고 (6) | 2022.04.02 |
청주 색깔사주 (1) | 2022.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