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렵채집일기/연애와 로맨스

며칠 전 있었던 일

by FarEastReader 2016. 12. 23.
728x90
반응형

어제는 키 크고 마른 여자를 만났다. 인기 없는 CF도 한 편 찍은 사람인데 마지막에 봤던 건 2년 전인가 그랬다.

시간이란게 참 무섭드라.... 겉으로 기냥 기냥 보믄 3년 전과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사실 3살씩 더 먹은 거 아니야

그러면서 내면은 변한 게 있을 수도 있구


나는 그 여자에게 한남동 쪽에서 보자고 했는데, 굳이 압구정 쪽으로 오라더라고

그 쪽에 자기 친구도 있다나 하면서


이런 거는 있지, 걍 거절해야 댄다.. 쫄래 쫄래 쫓아가면 기냥 호구 되는기라


당연히 거절하고 나중에 시간 나면 보자고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9시 반 쯤 연락 오더라고 ㅋㅋ


압구정에서 만나서 간단히 얘기나 좀 하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나드라.


그 땐 이런 만남 하나 하나가 소중했어. 나보다 남이 소중했던 시절이었지. 소작농처럼 예예 하고 나는 항상 남 맞춰 주느라 정신 없엇따

좋아 하는 애 문자 말투도 흉내내서 답장하고 존나 찌질 거렸다. 아마 그 영화 있잖아 건축학개론 보면서 공감한 놈들 다 잘 이해할거야.

능력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걍 남이 나를 기적처럼 조아해주기 바라는 안쓰러운 마음....


근데 세상이 그렇지 않더라고


ㅎㅎ


키 큰 사람들은 아무리 말라도 몸이 좀 크잖아?

어깨를 안고 가는데 정말 오랜만에 불편하다고 생각했어. 

날씬해 보이던 다리도 가까이서 보니까 크게 느껴지더라. 뭐 그래도 당연히 날씬하고 예쁘지만 거의 남자 다리만큼 길이도 있고 아무래도 부피도 있으니까


여튼 사람 맘을 파고들때는 언제나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줘야돼

나는 이 여자가 뭘 듣고 싶어하는지 몰랐는데

말을 좀 나누다가 뭔가 알 수 있었어. 얘는 자기가 영화 써니에 나오는 대장 아이 (영화 속 이름이 춘화구나 찾아보니)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이걸 내가 어떻게 맞춰 주냐?

그래서 난 이 여자랑 얘기하는 내내 위 사진속의 아이랑 이야기 하는 것처럼 상상하고 이야기 했어.


여자가 들뜨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얘는 귀엽구나 생각했어.


가끔 보면 무슨 잘나가는 백인 여자 뉴요커가 롤모델인 여자들이 있지. 아래 사진 같은 사람들이 롤모델인거야 ㅋ



맞춰주긴 존나 쉽지만, 말 하는 것만으로 졸ㄹㄹ라게 짜증나지.

그리고 환상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그에 도취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정이 떨어진다.


여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뭐가 자기에게 제일 어울리는지 그런 거 아는 거 정말 중요한 거 같다.

다른 사람은 항상 당신을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거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