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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생테스테프(Saint-Estephe) 샤토 드 페즈(Château de Pez) 2008 빈티지

by FarEastReader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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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 여러가지를 상담 해 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얼마 전 한 레스토랑에서 생테스테프 와인을 마셨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생테스테프는 보르도 지역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로, 역사적인 와이너리가 많다. 이 분이 보내온 사진에 찍힌 생테스테프 사토 드 페즈 08년 빈티지는 마침 나도 가지고 있던 와인이었기에, 나도 하나 개봉해서 오랜만에 호사를 누려 보았다.

이 와인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보르도 와인인데, 여러 빈티지들이 있지만, 풍작을 보였던 09년과, 그 직전 연도인 08년도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샤토 드 페즈(Château de Pez)는 생테스테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 중 하나다. 페싹 레오냥의 특1등급 와인인 샤토 오브리옹을 만든 퐁탁(Pontac) 가문이 15세기경 생테스테프 지역의 오래된 봉건영지에 포도밭을 조성한 것이 그 효시였다. 현재는 1995년 프랑스의 샴페인 명가 루이 로드레社가 인수하여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이번에 리뷰한 08년 빈티지가 생산된 2008년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정말 유서깊은 와인이라고 하겠다.

https://www.fnnews.com/news/200805051810272073

[명사 추천 와인] 프랑스産 ‘샤토 드 페즈’

프랑스 정부 관광성에서 14년을 재직하면서 프랑스와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프랑스 와인과 음식에게로 이어졌다. 프랑스를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그 때 마다 각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유명

www.fnnews.com

위 기사를 일부 인용한다.

"직업상 와인을 기본적으로 식사에 곁들이는 프랑스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와인에 대해 공부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던 차에 3년 전 한 지인이 진행하는 와인 클래스에 운 좋게 참여했었다. 와인 클래스를 통해 얻은 와인에 대한 지식은 크게 도움이 됐으며 무엇보다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보다 다양한 와인을 마셔볼 기회가 많아서인지 요즘에는 와인의 맛에 대해 느끼고 평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은 저렴한 와인보다는 가격대가 있는 와인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됐다. 그 후 집에서 가족과 함께 가볍게 술을 한잔 하고 싶은 날은 저렴한 와인을 마시지만, 손님을 모시고 정찬을 할 때면 가격대가 있는 와인을 고르게 된다. 접대를 할 때 가장 즐겨 찾는 와인은 ‘샤또 드 페즈 (Chateau de Pez)’이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와인 명산지인 보르도 와인이기도 하고 등급도 크뤼 부르주아 익셉셔널이어서 가격대도 적당하다고 생각돼 선택했으나 항상 손님들의 반응이 대만족였다."


먼저 이 와인의 향 (Nose)이다. 이 와인은 보르도를 비롯한 프랑스 와인 특유의 꾸릿꾸릿한 말똥 냄새(;;)와 흙의 냄새가 기본이 되고, 향긋한 포도향이 나중에 퍼진다. 상당히 유럽스러운 느낌이 난다. 보통 이 와인은 한 8년정도 묵혀 두었다 마시면 좋다고 하는데, 그 이상 묵혀서 그런 것인지 향이 상당히 깊다. 겉쪽에는 베리류의 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놀랍다. 시간을 초월한 과실향에서 약간의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안쪽 향에는 치즈와 견과류, 그리고 살짝 숲 속의 이슬 (습기) 머금은 짙은 흙의 향기도 살짝 풍겨 나온다.

보통 술을 리뷰할 때, 나는 맛부터 언급하길 좋아하는데, 이 사토 드 페즈 08년 빈티지는 확실히 향이 압도적이었다. 보르도 와인은 보통 단일 품종이 아니라 여러 품종을 블렌드해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향이 먼저 복합적이다. 그리고 맛도 풍부하다. 탄닌이 좀 강한 편인데, 그래도 잘 음미하면 부드러운 위안마저 느껴지는 달콤함과 과실 특유의 산미가 느껴진다. 그러나 결코 가볍고 상큼한 느낌은 아니다. 잘 익은 맛, 그래서 조금은 진하게 다가오는 맛이다. 확실히 과음을 하면 몸이나 마음이 무거워 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달콤함과 과실 맛이다. 가벼운 자리에서 마구 소모하기는 아까운 말이다. 좋은 대화와, 좋은 음식이 함께하지 않으면 술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질감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가볍게 느껴졌다. 탄닌과 진한 맛에도 불구하고, 질감 자체가 뻑뻑하거나 바디감이 세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런 면에서 또 고급스러움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밸런스를 맛과 향과 질감으로 모두 보여주는 좋은 와인이었다.

최근 막걸리를 마시다보니, 오랜만에 고급 주종을 마시고 난 후 그 뉘앙스의 복잡함과 풍부함에 다시금 놀란다. 확실히 와인이 깊기는 깊다. 폭도 더 넓고, 표현과 뉘앙스도 훨씬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하고 예술적인 술을 만들고 즐겨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다시 와인을 제대로 알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세상은 참 넓다. 그리고 인간은 정말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또 그런 만큼 기대도 크고, 열정과 의욕도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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