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해창막걸리를 알고 처음으로 전통주 전문점에 가서 해창막걸리를 사 왔던 기억이 난다.
그 전까지 소위 프리미엄 막걸리를 마셔 본 적은 없었다.
그 때 샀던 해창막걸리는 아마 9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 한 번 더 어느 여름 친구와 함께 서래마을의 한 냉동 삼겹살 집에서 역시 9도짜리 해창막걸리를 마셨다.
두 경험 모두 그리 뇌리에 남지는 않았다. 그저 비싼데 나에게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막걸리로 남아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이마트에 갔다가 해창막걸리 12도를 만나고, 매대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 처음에는 다른 막걸리의 9배 가까운 가격에 구입을 망설였지만, 한 번 경험삼아 마셔 보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프리미엄 막걸리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가격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누구보다 비싼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 해창 막걸리를....
다행히 이번에 마신 해창막걸리 12도는 달랐다.
일단 맛좋은 요구르트나 라씨를 떠올리게 하는 발효된 맛과 달콤함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살짝 신맛도 느껴지고, 매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단 맛이 혀 전체를 풍부하게 감쌌다.
이게 정말 12도 짜리 술이라고? 라고 생각될 만큼, 알콜 도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맛 자체가 아주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다른 막걸리들과 확실히 차별화를 이루는 '발효된 맛'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과거 몇년 전에 비해 확실히 술맛이 좋아진 것 같았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해창 막걸리는 분명히 진화하고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향 또한 진하다. 그리고 은은하게 피어나는 찹쌀향이 개성을 더해준다. 향이 아주 강하거나 지속력이 센 건 아니지만, 역시 액체 자체가 농도가 높은 만큼 훅 들아오는 존재감이 남달랐다.
질감 또한 해창 막걸리의 특징이다. 걸쭉함이 다른 막걸리의 족히 2,3배는 되어 보인다. 이 걸쭉함에 대해서는 다른 블로그나 웹에서 찾을 수 있는 리뷰에서도 많이 언급을 하고 있지만, 이 진하고도 그윽한 걸쭉한 질감이 해창 막걸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막걸리에 소위 진짜, 가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잘 만든 막걸리와 그렇지 못한 막걸리가 있을 뿐이다. 해창 막걸리는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막걸리로 출발했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풍부한 맛을 갖춘 술로 성장해 가는 느낌이 든다. 과거 괜히 큰 기대를 갖고 마셨다가 잘못된 인상을 가지게 된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그때는 계속 이 가격 때문에 이게 만원이 넘는 술이 맞냐는 쓸데없는 태클을 계속 같이 마시는 사람에게 받기도 했는데, 그 말을 자꾸 듣다 보니 나도 가격 대비 해서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안좋게 평가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제대로 마셔 보니, 역시 비싸기는 하더라도 나름의 훌륭한 개성과 맛을 갖춘 좋은 막걸리라는 것은 틀림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해창 막걸리 12도는 정말 좋은 술이다. 그러나 이 막걸리를 마시면서 나는 가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사람을 한없이 초라하고 비좁게 만드는 가난에 대해서 말이다. 가능하면 이런 막걸리도 필요에 따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래 저래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막걸리다. 꼭 한 잔 마셔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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