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은 왜 공적인 영역에 들어올 수 없는가.
나는 각종 미신에 대해서 비교적 열려 있는 편이다. 미신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든지 흥미를 가지고 실제 이것이 통하는지 아닌지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인간의 지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이런 미신적 전통은 생각보다 오랜 전통을 견뎌낸 (나름대로는 시간의 테스트를 견딘;;;)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미신은 미신이지만 말이다.
이번 야당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쓰고 나와 화제가 되었다. 본인은 주술적 의미나 미신적 의미는 없고 지지자가 써 준 것을 지우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지만, 설령 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있어 무속신앙에 대한 경멸감 (최순실 오방색, 인신공양... 등등)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 알고 있다면 반창고를 붙여서라도 감추고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미신은 정치인들 또는 사업가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불확실성과 통제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외부 조건에 큰 이해관계 영향을 받는 이들이 운이나 복을 받는 일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런 점술이나 예언, 무속 신앙의 비방으로 뭔가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면 (사실은 자기 실력으로 또는 조직의 도움을 얻은 성공이었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무속인이나 역술가의 말을 더욱 진지하게 들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큰 틀에서는 종교나 이런 미신이나 결국에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일종의 보험같은 기분으로 생각하면 더더욱 무시하기 어렵게 된다. 굳이 나서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무시하여 벌받거나 운이 나빠지는 건 피하자는 것이다.
내가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말하는 개운법이나,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더 밝고 잘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무속이나 미신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어내 보려고 하면 그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을 이룬다는 것은, 사업의 성공, 시험의 합격, 돈벌기 이런것을 직접 달성한다는 뜻이다.
이걸 이루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심리상태를 갖추어 나가기 위한 준비들이 오히려 대부분이다. 사실 이것이 전부다.
실력과 상황을 뛰어넘는 성취와 돈벌이를 기도와 무속적 (혹은 미신적) 비방으로 이루어도 그것은 오히려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실제 실력과 정황이 버텨주지 않는데 일시적으로 달성을 해도 그 이후 엄청난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든 사실 요행은 없다.
그리고 신은 우리에게 영적인 비밀과 운의 법칙 뿐만아니라, 물리법칙과 인과의 규칙도 남겨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조선왕조가 마지막에 엄청난 굿판을 들였고, 왕조의 권력으로 조선 팔도의 그 어떤 신비가, 사주팔자 대가, 무당 등등 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지만 결국 망국의 길을 걸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기도를 하고, 100번씩 100일간 쓰기를 하고, 긍정적인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지만, 그와 함께 팔굽혀펴기를 하고, 턱걸이를 하고, 영어로된 글을 읽고, 일본어로 된 책을 읽고, 쉬는 날에도 일을 하며, 주식과 암호화폐 공부를 한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나라를 이끌어 나갈 최고 리더의 자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미신에만 의존하는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이 믿는 종교, 토종 신앙, 무속인이 있더라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배척하거나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 민주사회, 근대사회에서의 리더의 자질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공적 영역에 아무리 옳은 신앙, 종교, 무속 비방이라도 절대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 에티켓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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