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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벌떡주

by FarEastReader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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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에 소재한 농업주식회사 천지인 주조에서 나온 술이다.

2002년부터 알밤 막걸리를 생산해 온 회사라는데, 사실상 우리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알밤막걸리의 원조격인 회사라고 한다.

공주에 다녀온 회사 직원분이 선물로 준 술인데, 사실 사진에서 보듯 술병 디자인에서 로맨틱함이나 고급진 유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병 디자인은 진지해 보이긴 하는데, 역시 '벌떡주'라는 이름에서 오는 부담스러움을 좀 지우긴 어렵다.

이런 게 과거 '민중의 해학'이라고 해서 널리 용인받고 오히려 뭐 아주 좋은 것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뭐, 이 천지인주조의 술의 주요 고객층을 장년층 이상 남성으로 본다면, 뭐 걸쭉하게 웃어넘기며 받아 들여질 수 있겠지만 (그리고 이 술의 경우 오히려 이런 발칙한 아재개그식 유머가 잘 먹히는 마케팅 포인트겠지만), 이런 식의 감성에 의존하는 한 술문화 자체의 발전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전통주를 마실 떄마다 느끼는 불만이 늘 그렇다.
"우린 그렇지 뭐" 하는 마음, 아직도 날 것과 거친 것을 버리지 못하고 한 층 고급스러워지는 것을 죄악시 하는 것이 좋은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여전히 술에 문화를 입히지 못하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대량 소비되는 소주와 맥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연 그런 것만 마셔야 할까?
요리마다 페어링을 해서 술을 내놓는 문화는 그냥 사치에 불과한 걸까?

결코 아니다. 대중음악과 영상 콘텐츠가 그러했듯, 그리고 식문화 중 요리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도 정말 최고급 수준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결국에는 따라오지 않는 분야가 있을 뿐이다.

벌떡주는 생각보다 좋은 술이었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어디 두기도 민망해서 일단 빨리 마셔버리자는 마음이 강했다.

제조사에서 추천하는 대로 냉장고에 넣어 5~8도 수준으로 차갑게 하여 마셔보니, 쓴 맛도 적절히 정제되고 한 잔 머금었을 때 향도 오래 지속되면서, 쓸데없는 잔맛 (잔당감 등)이 거의 없는 깔끔한 술이었다.

아무래도 차갑게 해서 마시다 보니, 술 자체의 향기가 세지는 않았지만, 약주 특유의 달콤한 누룩 냄새 (빵 냄새)가 기분 좋게 났고, 과일 껍질 같은 상큼한 냄새가 스쳤다. 아무래도 이 술의 특이한 원료인 공주 알밤 (11% 첨가)의 효과인 것 같았다. 그러나 술 자체의 향기보다는, 아까 쓴 것처럼 술을 한잔 맛 보았을 때 올라오는 약주 특유의 기분좋은 한약재 향이 매우 좋았다. 

피니시는 거의 없었다. 다만 뒷맛이 깔끔하고, 향이 은근 좋았기에 계속 다음 잔을 부르는 매력이 있었다.

 

한가지, 술을 마시고 나서 머리가 좀 아팠다.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벌떡주 말고는 마신 술이 없었기에 일단 이 점은 좀 기록해 두고 싶었다. 나는 술을 좋아하고 즐기기 떄문에 막걸리를 마셔도 머리가 아프거나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약주를 마시고 머리가 아팠다면 좀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벌떡주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또 머리가 아픈지 한 번 꼭 체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공주에 가면 시간을 내서 천지인주조를 가보던가, 아니면 꼭 편의점에라도 들려서 알밤 막거리를 사 마셔 볼 것이다. 그때 추가할 리뷰를 기대하며 우리 술의 발전을 계속 응원해 보려 한다.

 

 

 

천지인주조 벌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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