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이어 6개월만에 또 한 번 초록섬을 마셔 보았다. 지난번에 마신 건 가을-겨울 배치였는데, 이번에는 봄-여름 배치였다. 병의 라벨이 초록색 계열로 지난번의 짙은 남색 계열 라벨과 달랐고, 초록섬 '夏' 라고 여름을 나타내는 '여름 하'자가 쓰여 있었다.
2024.04.1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초록섬 (12%, 서울시 종로구, 양조장 ㅎ)
가능한 한 여러 막걸리를 마셔 보고 싶기 때문에 같은 막걸리를 여러 번 마셔볼 때에는 꽤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그리고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또 선택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초록섬 막걸리는 확실히 다시 한 번 마셔 보고 싶었다. 이전에 마셨던 식물적이고 상큼한 느낌의 술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간 사람들에게, '이거는 아주 구하기 어려운 술이니까 한 번 드시죠' 라고 설명하면서 함께 나누어 마셨다.
먼저 맛이다. 이 술은 곡식의 고소한 맛과 은은한 단맛을 아주 곱게 잘 표현해 준다. 상당히 섬세한 술인 만큼 딱 한잔만에 이 술의 매력을 알기는 어렵다. 첫잔 넘어가서 두번째, 세번째 잔이 되어 갈수록 입안에서 좀 더 강하게 인상을 남긴다. 한편으로 가을-겨울 배치에서 느꼈던 식물성의 상큼함이 역시 여름 버전에서 훨씬 화사하고 온화하게 퍼지는 느낌이었다.
향 역시 훨씬 상쾌했다. 쌀만으로 이렇게 경쾌하고 깔끔한 달달함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약간 나뭇잎 같기도 하고, 풋사과 같기도 한 새콤하고 청량한 향이 스쳐지나간다. 초록섬이라는 이름에 확실히 잘 어울리는 느낌의 향기를 가졌다. 물론 달큰한 막걸리 본연의 향과 곡식의 향 역시 풍부하게 피어나지만, 역시 이 술의 개성은 상큼하고 청량한 향기라고 생각한다.
질감은 중간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탄산은 약한 편이다. 알콜 도수가 12도로 낮지 않은데, 알콜도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이런 면에서도 이 초록섬은 여성적인 뉘앙스를 가진 술이라고 생각한다. 햇살 좋은 날 이 초록섬을 함께 하면서 어딘가에서 책을 읽으며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그만큼 부드럽고 기분 좋은 맛과 향, 그리고 질감을 가진 멋진 술이다. 꼭 한 번 마셔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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