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와인을 즐겨 마시지만, 역시 술을 좋아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위스키와 소주다.
오랜만에 전통주 중에서 소주를 골라 마셔 보았다. 양고기 집에서 발견했는데, 원래부터 다니던 전통주 바틀샵 등에서 눈에 익던 소주였기에 망설임 없이 골랐다.
먼저 맛이다.
솔직히 말해서, 도수가 19도 씩이나 되고, 보리로 만들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위스키와 같이 풍부한 풍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소주 특유의 담백한 맛에 고소하고 독특하며 시원한 보리의 맛이 더해지면서 개성이 생긴다. 맛 전체는 아주 라이트한 느낌이고, 튀지 않는다. 덕분에 양고기와는 아주 잘 어울렸지만, 한편으로는 양고기의 향과 맛에 술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크통 숙성을 거쳤다고는 하나 특별히 오크향이 강하게 배어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살짝 황금빛을 띠는 색과 은은히 유지되는 바닐라향을 느껴보다 보면 마지막 피니쉬 즈음에 살짝 오크(참나무)의 뉘앙스가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게 해서 어떤 장점을 얻을 수 있는지, 또 그렇게 되면 다른 소주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고 싶다.
다음엔 향이다.
향 또한 은은하다. 보리향과 함께 진한 알콜향이 느껴진다. 확실히 소주는 소주다. 감압증류 방식으로 오랫동안 증류를 하여 만든 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향 또한 좀 더 깊게 느껴지는 것은 재미있었다. 또한 보리향이 좀 더 원색적으로 다가오는데 이 또한 흥미로웠다. 아무리 감압증류라고 해도 일단 증류된 술일텐데 어떻게 이렇게 생생한 보리향이 남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은은하고 약하게 남아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아무래도 위스키와는 달리 20도 미만의 술이기 때문에 알콜 킥이 강하거나, 인상적인 매콤함, 향신료의 향을 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바디를 갖춘 술이었다. 우리가 흔히 사마시는 희석식 화학 소주와 달리 이런 증류식 소주는 어느 정도 더 바디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술 역시 그런 품격을 갖추고 있어 좋았다.
전반적으로 인상이 옅은 술이지만, 그렇기에 마시고 나서 더욱 깔끔하게 기억되는 그런 술이었다. 아마 혹시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주문해서 마셔보고 싶은 그런 술이다. 기분 좋게, 그러나 약간 서두르지 않고 맛을 즐기며 취하고 싶을 때 곁들이면 정말 좋은 파트너일 것 같다.
반주로 곁들일 소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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