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친구가 선물을 받았다며 함께 마시자고 가져온 술이다. 이 작가는 생업이 따로 있는데, 여러모로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이야기가 즐거운 친구다.
이 친구가 와인을 가져오면서, 막걸리 좀 그만 마시고 제대로 된 와인을 마셔보라고 나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와인에 대해서 좀 공부를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다.
정말이지 몇 년 째 공부한다 공부한다 하고 책도 샀지만, 도대체가 접근이 어려운 것이 와인이었다.
"그러지 말고 미국 와인 마시며 영어로 된 와인 관련 책을 읽어 봐요" 작가는 웃으면서 말했다.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나에게는 정말 멋진 제안이었다. 왜 와인 = 무조건 프랑스어 라고 생각했을까? 프랑스어를 몰라도 영어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으면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의 아이디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나는 유럽 와인도 좋아히지만 미국 와인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와인이나 따고 말하시죠"
술을 마시는 이유는 결국 교류에 있다고 본다. 좋은 술이 있다면 그 즐거움은 훨씬 늘어나기 떄문이다.
이번에 마신 웬티 서던 힐스 까베르네 소비뇽 (Wente Southern Hills Carbernet Sauvignon) 2019년 빈티지는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의 와인이었다. 완벽한 조건이 아닌 살짝 쌀쌀한 응달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여 보관상태에는 다소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와인의 맛은 상당히 괜찮게 다가왔다. 녹진한 느낌의 와인에서 과일향과 맛이 상당히 풍부하게 퍼졌다. 베리류 보다는 포도 그 자체의 맛이 강했다. 이 와인을 만드는 웬티 빈야드 (Wente Vineyard)는 포도 농장 및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또다른 와인 명산지 리버모어 밸리 (Livermore Valley) 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튜브에 해당 포도농장의 동영상이 있는데 하나 인용한다.
1883년부터 훌륭한 토양에서 포도를 키워 온 포도농장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클립이다.
강력한 포도 맛 뒤에는 씁쓸한 탄닌맛이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탄닌이 몰고 오는 것은 쓴 맛 뿐만이 아니다. 약간의 바닐라와 블루베리의 새콤한 껍질맛, 그리고 약간의 토스티함과 스모키함이 배어나온다. 당도는 낮은 편이고 산미와 씁쓸함이 개성으로 남는다.
"향을 좀 맡아 봐요, 아주 좋은 포도를 썼는지 향이 생생하네요"
이 웬티 서던힐스 까베르네 소비뇽(Wente Southern Hills Carbernet Sauvignon)은 향이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건강한 포도의 단순한 향으로 시작하여, 민트 느낌의 향, 시원한 침엽수의 향, 그리고 여러가지 베리류의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향이 쭉 펼쳐진다. 정말로 부케가 훌륭한 와인이었다.
씁쓸한 맛과 어울리게 살짝 담배나 오크통의 뉘앙스도 확실히 느껴지고, 다채로운 향이 코를 즐겁게 했다. 술을 마시면서 몇번이고 향을 맡아도 생생하고 힘있게 여러 향기를 뽐내 주었다.
포도와 베리류의 과실향과 숲속의 나무향, 그리고 살짝 탄듯한 오크통의 향이 정말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그런 와인이었다.
질감 측면에서도 다소 바디감이 강한 편이고, 마실 때마다 묵직하고 녹진하게 느껴졌다. 그럴 리 없지만, 살짝 끈적하게까지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좀 차게 해서 마셔 보면 어떨까?"
내가 제안해서 다시 냉장고에 잠시 넣어서 차게 해서 마셔 보았음에도 묵직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난히 검붉은 짙은 보라색을 자랑하는 이 와인의 특징인 것 같았다.
간만에 정말 즐겁게 와인을 마셨다.
정말 영어로 된 와인 컨텐츠를 좀 찾아 봐야겠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정말 공부할 거리 투성이이다.
인생은 참 다채롭고 아름답다. 다만 우리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할 뿐이다.
이 세상의 셀수 없이 많은 좋은 와인들이 바로 그 증거다.
'Useful Things > 술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추천: 6.8 CS 막걸리 (WE 브루어리, 양조위) (0) | 2023.02.12 |
---|---|
술 추천: 포천이동 생 오곡막걸리 (포천 이동주조) (0) | 2023.02.11 |
술 추천: 후레쉬수성 (수성 고량주, 40도) (1) | 2023.02.05 |
술 추천: DOK 애플막걸리 (1) | 2023.02.05 |
술 추천: 양지백주 (강원도 양양, 삼양주) (0) | 2023.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