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에 있는 막걸리 매니아들의 성지, 정작가의 막걸리집에서 멋진 친구와 막걸리를 마셨다. 가볍게 자리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5.5도 짜리 막걸리를 골라 마셨다.
이름부터 감각적인 '그래 그날'을 골라 보았다. Yes, The Day 라는 영문표기가 콩글리시 같기도 하고, 나름 세련된 말 같기도 해서 약간 흥미로웠다. 그리고 라벨에 적혀 있는 '고집불통 정박사의 수제 막걸리'라는 문구도 어떤 맛의 막걸리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정작가의 막걸리집의 맛좋은 안주와 함께 따라 마신 이 그래 그날의 첫맛은 딱 요구르트 + 밀키스 같은 느낌이었다. 프리미엄함을 느끼기보다, 유산균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인상이었다. 새콤 달콤함을 베이스로 하는 막걸리는 오랜만이었다. 복순도가가 떠오르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가벼움과 개운함이 있었다. 그래서 밀키스의 청량함을 나도 모르게 떠올렸다. 확실히 차갑게 칠링해서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막걸리는 항상 맛이 있지만, 그 중에도 이런 적당한 탄산감과 요구르트 맛이 있는 계열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이런 계열에서 조금 인상 깊었던 막걸리는 바로 청탁 막걸리다. 역시 5도짜리 저도주로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인데 특유의 라이트함과 요구르트 맛이 참 유사하다. 그리고 맑게 터지는 막걸리의 맛이 입 안에서 충실히 퍼지면서 과실향으로 가득 차는 점에서도 - 이걸 폭발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래 그날'과 '청탁 막걸리' 이 두 막걸리는 장점을 공유한다.
2022.05.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청탁 막걸리 (부산 금정산성)
향의 측면에서 보아도 상큼 달콤 그 자체였다. 향이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술의 맛과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딱 주스같은 향이 난다. 알콜이 약하기 때문에 술 냄새가 난다거나 누룩의 향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상당히 깔끔하고 투명한 과실향이 퍼져 나온다. 계열은 놀랍게도 메론이나 바나나가 아니라, 오히려 포도나 시트러스류에 가까운 과실향이었다. 이런 가볍고 상큼한 향을 느낄 때마다 막걸리의 넓은 지평에 놀라게 된다. 정말 쌀로 이렇게까지 다양한 향이 나오는구나, 하고 말이다. 쌀은 정말 곡식계의 포도 인것 같다.
질감은 탄산이 비교적 청량하게 터지는 편이고 가볍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간만에 만나는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은 그런 질감이다. 물론 맛을 생각하면 그렇게 소비하기엔 아깝지만 말이다. 여름에 어울리는 청령하고 라이트한 질감의 술이다. 아마 날이 따뜻해 지면 한번 더 생각이 날 것 같다.
정작가의 막걸리집을 알고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앞으로도 막걸리 전문점을 좀 다니며 견문을 넓혀 보고자 한다. 역시 다양함이 막걸리의 장점이자 재미이기 때문이다. 음식과 페어링도 좀 더 즐겨보고 싶고 말이다. 이래저래 바쁘지만 이렇게 좋은 술이 많으니 삶의 의욕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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