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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14 Hands Cabernet Sauvignon 2018 (포틴핸즈 까베르네 소비뇽 2018)

by FarEastReader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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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인은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 와인만 조금 접해 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미국 동부에서 나온 와인이 있다는 걸 알게되고, 이들의 대표적인 산지가 워싱턴주의 콜롬비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포틴핸즈 와이너리의 포틴핸즈 까베르네 소비뇽 2018 빈티지 (14 Hands Cabernet Sauvignon 2018 Vintage)를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미국의 한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저녁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첫인상부터 매우 새로웠고, 맛있었기에 굳이 와인이 서빙되기 위해 준비되고 있는 뒤쪽까지 찾아가서 이렇게 아름다운 검정색 말이 그려진 병을 찍게 되었다.

14 Hands Cabernet Sauvignon 2018


미 동부의 와인 주산지인 컬럼비아 밸리에 대해서는 아래 주간동아 기사가 좋은 참고가 되었다.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1661255/1

미국 나파 밸리 위협하는 워싱턴주 ‘컬럼비아 밸리’

와인 레이블에 ‘컬럼비아 밸리(Columbia Valley)’나 ‘워싱턴 스테이트(Washington State)’가 적혀 있으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격 대비 좋은 품…

weekly.donga.com


정말 기사에 써 있는대로, 매우 품질이 좋고 아주 훌륭한 개성을 가진 와인이었다. 나는 와인을 참 좋아하지만, 막걸리보다는 확실히 엄격한 기준으로 와인을 즐기기 때문에 잘 소개하지 않는데 (그리고 워낙 전문가가 많아서 확신 없이 소개하기도 무섭다), 이건 반드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맛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베리 맛이 아주 풍부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약간 쓴 담배맛과 알싸한 후추향이 올라온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맛이 각각 분명한 컬러를 가지고 조화를 이룬다.

유럽이나 미국의 나파밸리 와인과는 또다른 맛이다. 나에게 와인을 가르쳐 주는 어떤 선생님은 이런 와인을 선물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미국 와인의 맛은 나파밸리 기준의 맛인데 이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는 이 동부 컬럼비아 밸리 와인도 상당히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좀 더 포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은 깔끔함이 좋았고, 살짝 쓴 탄닌이 와인 전체에 코팅한 것처럼 잘 녹아든 점이 매력이었다. 또한 와인 안에서 또랑또랑하게 여러 맛들이 훨씬 분명하게 느껴지는 점에서 매우 건강하고 (몸에 좋다는 뜻이 아니라 건강미가 느껴 진다는 뜻) 활기찬 느낌이었다. 마치 젊은 운동선수처럼 말이다.

향도 강하고 좋았다. 맛과 매치되는 분명한 베리향, 포도껍질의 선명한 포도향과 약간의 쓴 향기, 기분 좋은 오크향과 흐릿한 초콜릿 뉘앙스, 그리고 연한 미국식 커피의 향도 느껴졌다. 이런 향을 맡을 때마다 와인의 힘을 느낀다. 깨끗하고 맑은 향은 아니지만 아주 유혹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질감은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약간 점도가 있었고, 액체가 무거웠다. 바디감이 다소 있었다. 라벨에 그려진 검은 말처럼 이 와인은 확실히 근육의 힘 같은 것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프랑스 와인과는 아주 대조되는 질감이다. 예전에 보스턴의 유명 스테이크 집에서 신나게 와인을 마시다가 취해서 2차로 옮겨간 맥주집에서 잠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마셨던 실크같은 피노 누아가 떠올랐다. 이 14핸즈의 술은 그런 실키함은 없지만, 역시 질감이 매우 좋아서 자꾸만 마시고 싶었다. 유연하고 힘이 있는 질감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음하여 실수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어 애써 참았다.

술이 있는 삶은 즐겁다. 하지만 술을 마실 때마다 이 술이 깰 쯤이면 늘 술이 없는 다른 시간을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산다는 건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은 짦지만 이를 위해선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득 먼 미래를 상상해 본다. 언젠가 아주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2023년도 이제 코앞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면 2023년도 먼 과거가 될 것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고 이렇게 좋은 술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계속 늘려나가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포틴핸즈 와이너리의 포틴핸즈 까베르네 소비뇽 2018 빈티지는 그런 힘을 주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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