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정말 제대로 된 막걸리를 찾아냈다. 맛과 향, 그리고 제조원료 측면에서 모두 만점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언급한 라빈리커스토에서 이 고급스러운 패키지의 가야막걸리를 발견하고는 언젠가 한 번 마셔봐야지 다짐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술마켓이라고 하는 온라인 전통주 전문 마켓에서 구매하여 마셔보게 되었다.
이 가야 막걸리는 경남 김해 지역의 햅쌀 100%로 만든다는 점에서 우선 매력을 느꼈다. 멥쌀, 햅쌀, 국내산 누룩 및 효모만으로 만드는 술이며 아스파탐 등 합성 감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6천원대인데, 최근 소위 프리미엄 막걸리들의 지나치게 높아지기만 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점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나도 가격만 보고 아스파탐이 들어간 중급 프리미엄 막걸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술은, 그렇지 않았다. 거의 최고급 막걸리의 재료를 가지고 만든 아주 훌륭한 막걸리였다.
먼저 맛이다. 경남 지역의 새그러운 (새콤하다는 뜻의 방언) 막걸리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쌀 특유의 고소함과 단맛으로 이 새콤함이 누그러지고, 결국 새콤 달콤한 상큼한 막걸리 맛을 만들어낸다. 이 가야 막걸리의 라벨에는 막걸리를 보관하는 기간에 따른 맛의 변화를 기재한 표가 있는데, 이 가야막걸리를 한잔 따라 맛보면 라벨에 적힌 맛의 변화가 어떠할지 상상이 간다.
처음에는 청량함과 꽃향이 감도는 싱그러운 계열의 맛에서, 점차 감칠맛과 신맛이 각각 농익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결국 좋은 쌀로 만든 막걸리만이 가질 수 있는 단맛과 새콤함이 되어 부드럽게 섞인다. 쌀이 충분히 들어가서인지 매우 밀키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단맛 속에 고급스러운 새콤함이 둥글게 감싸진 채 안겨 있는 느낌이다.
입에 닿는 질감도 정말 좋다. 부드럽고, 맑다. 좋은 물을 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알콜 도수는 6도로 낮지만, 충분한 곡식이 함유되어서 인지 바디감도 어느정도 묵직하고 충실한 느낌이 들어 좋다. 역시 이 특유의 든든함도 막걸리 고유의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이 매끄럽고 시원한 느낌도 참 훌륭하다. 탄산이 다소 적은 점은 살짝 아쉽지만, 이 정도의 질감과 맛이면 사실 탄산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향은 쌀의 단맛과 들꽃향이 잘 조화된 느낌이다. 과실향도 터져나오는데, 메론 계열로 느껴진다. 향도 매우 곱고 조화롭다. 여러 모로 밸런스를 기막히게 맞춘 술이라고 생각된다.
라벨 디자인도 솔직히 정말 마음에 든다. 촌스럽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다. 나름의 기품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해창 막걸리도 좀 이런 디자인 센스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훌륭한 막걸리가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ㅇ않은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된다.
막걸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으니 꼭 한번 마셔 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같은 양조장에서 나온 더 비싼 프리미엄급 막걸리도 얼른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도 이제 저물어간다. 여전히 술의 세계는 넓고 깊다. 내년에도 행복하게 좋은 술을 많이 즐길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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