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경주조에서 나온 문희를 마시고 문경주조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이 양조장에서 아주 특이하게 직접 재배한 홉(hop)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2.11.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문희 (문경주조)
너무 궁금해서 바로 네이버를 통해 한 병 구매해서 마셔 보았다.
사실 막걸리와 맥주는 정말 깊은 관계에 있는 술이다. 쌀로 만든 맥주가 바로 막걸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이걸 탁하게 마시고, 맥주는 맑게 해서 마시는 것 뿐이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본선 경기가 있던 날, 축구를 보면서 이 폭스 앤 홉스를 마셨다.
첫맛은 완전히 에일 같았다. 깜짝 놀랐다. 탄산감이나 홉의 향 모두 에일 같았는데 뒷맛에서 막걸리가 느껴졌다.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완전히 맥주 같으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90%만 맥주 같은 지점이 묘했다. 아마 맥주 매니아로부터도, 막걸리 매니아로부터도 약간 사랑 받기는 힘든 포지션일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정이 가는 술이다.
향 또한 에일의 홉 향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막걸리의 누룩향과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남아 난다.
어쩌면 맛이나 향 모두 살짝 약하고 밍밍한 느낌이 남는데 이 점은 나에게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막걸리도 확실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에일은 아닌 이런 느낌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 술이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아주 의미있고 귀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박순욱 기자님도 일찌감치 취재를 하셨다. 훌륭한 기사이니 참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5&t_num=13610054
질감은 확실히 탄산이 적당히 강한 에일과 비슷하다. 다만 알콜 도수가 9%로 높기 때문에 살짝 묵직한 느낌을 준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천천히 마시기엔 딱 좋았다. 이 술을 마시며 천천히 경기를 보다가 마지막에 역전골을 넣는 것을 보았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의지하고 의지를 받아주며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삶에 계속 좋은 술이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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