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비싼 위스키바에서 추천받은 위스키다. 위스키 바에서 막걸리 이야기를 한 나도 나지만, 그에 대해서 자기도 막걸리를 좋아한다며 이 술을 추천해 준 분도 재미있는 분이다. 그 위스키 바는 술값 그 자체보다, 미인 바텐더를 두고 물장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주 갈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이 이박사 신동막걸리를 마셔 보았다고 말을 전해 주고 싶다.
백종원 사장님의 백걸리 이후, 간만에 아주 맛좋은 막걸리를 만났다. 이 신동막걸리는 전남 장성군에서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해창 막걸리와 아주 닮은 맛을 가졌다. 백걸리가 다소 엄청 단 느낌이라고 하면, 이 신동막걸리는 탄산감과 드라이함이 잘 갖춰진 막걸리다.
먼저 맛이다. 확실히 이 신동막걸리는 권할 만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졌다. 물을 타지 않은 원주 (전내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데, 거기에 술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여 귀엽고 조그마한 거품을 표면 전체에 만들어 주는 탄산의 청량함이 있고, 그렇게 달지 않다. 이에 더해 요구르트 같은 달콤한 산미가 더해져 있다. 경상도 쪽의 술은 아예 산미를 넘어서 신 맛이 나는데, 전라도 지역의 술은 새콤달콤한 산미로 머물러서 나는 이 쪽이 훨씬 좋다. 찹쌀 (떡을 만드는 쌀) 과 멥쌀 (밥을 짓는 쌀)의 조화로 고소함과 쫀득함 (어쩌면 꾸덕함)이 정말 잘 조화된 맛이 난다. 해창 막걸리를 떠올리게 되는 건 아마 이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12도의 알콜에서 올라오는 알싸함과 살짝 매콤한 향신료 향도 이 신동막걸리를 훨씬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향도 좋다. 달콤하지만 살짝 매콤하기도 한 막걸리 향이 흥미롭고, 여기에 해창 막걸리 같이 새콤달콤한 요구르트 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향긋한 백설기 같은 고소한 향기가 묻어나는데 이것이 약간 다음잔을 부른다. 간만에 한병을 앉은 자리에서 시원하게 비웠는데 한 병에 500ml이니 그리 많은 건 아니고 일반적인 페트병 막걸리의 2/3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즐겁게 마셨다. 바로 이런 좋은 향이 있었기에 질리지 않고 계속 맛있게 다음 잔을 마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질감은 딱 해창의 9도나 12도 정도이다. 충분히 걸쭉하고 중간 이상의 바디감을 지니지만, 14도나 15도, 18도짜리 막걸리들과 비교하면 살짝 묽긴 하다. 그러나 이 신동막걸리의 진짜 매력은 탄산이다. 보통 전내기 스타일의 막걸리엔 탄산이 거의 없는데, 이 막걸리에는 탄산이 있다. 세지 않아도 분명히 느낄 수 있어 청량함이 느껴진다. 자글자글 귀여운 기포가 막걸리 표면에 떠 있는 정도로 탄산이 생기는데, 딱 적당하고 이 신동막걸리에 개성을 부여해 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신동막걸리나 한아양조에서 나온 막걸리들이 좀 최근 막걸리 시장에 새로운 개성을 부여해 주는 것 같다. 달기만 한 술에서 벗어나 막걸리도 충분히 드라이하고 또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막걸리의 다양성에 놀라며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귀면서 막걸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다짐했다.
'Useful Things > 술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추천: 지장수 호박 막걸리 (강원도 낙천탁주) (0) | 2022.08.30 |
---|---|
술 추천: 강화 인삼 생 막걸리 (0) | 2022.08.28 |
술 추천: 복순도가 탁주 (0) | 2022.08.26 |
술 추천: 해창 막걸리 18도 (2번째 리뷰) (0) | 2022.08.25 |
술 추천: 우도 땅콩 전통주 (조은술 세종) (0) | 2022.08.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