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존재만으로 주목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일본풍의 시티팝을 부르는 가사 유키카 또한 그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일단 최신곡 서울여자를 좀 감상하면서 시작하자.
표정이나 외모가 한국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딱 일본 사람 같은 스타일이다.
화장 같은 것도 80년대 레트로 느낌이 나게 하고 있어서 더욱 낯선 느낌이다.
그렇지만 유튜브 클립이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는 유키카는 친근하고 밝기만한 사람 같다. 이전 2016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자친구 (GFRIEND) 를 보는 느낌이다.
경쟁도 빡세고 수준도 높은 한국 가요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멋지고,
무엇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현명하게 느껴진다. 어설프게 한국에서 한국사람들 흉내내봐야 고생을 배로 한다. 차라리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고 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유키카의 무대를 보면서, 이건 정말 유키카밖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키카가 뜨면 비슷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겠지만,
그리고 아직 유키카가 도전하고 있는 장르를 특별히 선호하는 사람들이 국내에는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거 같지만,
(실제로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꽤 많은 코멘트가 영어로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아예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초부터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 건너가서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류의 일부였지만 조금씩 메인 스트림으로 나가는 가수들이 생겼다. 물론 이들은 한국의 탑가수들이었다. 엄청난 스타성과 재능을 갖춘 국가대표급들이었다.
2010년대 들어 한국 가요계에 등장한 일본인들은 좀 다르다. 한국의 아이돌을 동경하여 처음부터 한국에 건너와서 데뷔를 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국에서 탑을 찍고 오는 사람은... 2000년대 초반의 난강이형 (초난강, 쿠사나기쯔요시) 정도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중에서 사나, 모모, 미나와 같은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고, 몇몇 다른 그룹에서도 존재감 있는 멤버의 자리를 확보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유키카처럼, 아예 본인이 솔로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유키카가 대박을 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건, 유키카 본인에게 있어 지금은 매우 행복할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아냐구? 음... 솔직히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대에서 그녀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유키카는 본인도 본인의 성취가 대견할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도, 여기까지만 이라도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다. 그리고 그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아시아의 문화패권이 절묘히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아티스트다. 유튜브의 수많은 영어 댓글이 바로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유키카는 정말이지 하나의 현상이자 방증인 것이다.
유키카를 보면서 내 나름대로 또 하나의 성공방정식을 정리해 본다.
1) 남이 하지 않는, 자기만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
2) 과거나 출신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최고인 곳에 가서 활동할 것
3) 얻어가거나 묻어가지 않고 혼자 부딪혀 볼 것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음악계에 앞으로도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그들 중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유키카는 족적을 남기고 많은 사람들 속에 아름답게 기억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스타트는, 바로 이번 2020년 7월에 낸 싱글 서울여자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서울 여자에 이르러서, 유키카는 처음으로
1) 남이 하지 않는, 자기만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 곡 네온이나 좋아하고 있어서는 솔직히 한발짝 부족했다. 일본식 시티팝의 한국 버전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일본인이 대한민국에서, 80년대에 유행한 음악을 2020년에 하면서, 제대로 된 느낌의 일본 시티팝을 한국어로 부르는 스타일은 이 '서울여자'에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유키카 말고 이 '서울여자'를 자신의 이야기로 진정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독창성이 없는 사람은 다 잊혀지고, 카피당하고, 무한경쟁에 노출된다. 유키카는 이 노래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활동 장소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매우 탁월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중가요만은 현재 K-Pop이 세계적 대세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도 있듯이, 최고가 되고 싶으면 최고의 무대로 가야 한다.
유키카는 일본 사람이고 장르도 아이돌이 아니지만,
2) 세계인이 주목하는 최고의 대중가요 무대인 한국에서 데뷔했다. 정말 용기있는 한 걸음이 아닐 수 없다. 유키카가 오히려 일본에서 활동했다면 묻혔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국어로 80년대 일본 시티팝을 불렀기 때문에 한국 뿐 아니라 이 시티팝을 기억하는 전세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무와 무대, 그리고 MV (뮤직비디오)와 곡 자체까지 한국 프로페셔널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았다.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로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서울여자를 작곡한 작곡가는 ESTi 라는 예명을 쓰는 한국외대 일본어과 출신의 작곡가 박진배씨다.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 작곡가로 추정이 되는데, 이런 인재가 해외에 또 있을까? 한국은 정말 위대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유키카는 팀멤버가 아니라 당당한 솔로다. 바로 3) 묻어가지 않고 단독 승부를 건 것이다.
여기서 유키카가 만약 대중에 어필해서 대박을 낸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포텐셜이 느껴지는 것이다. 독특함으로 승부할 때, 이게 팀의 일부면 그저 '다양성'의 측면의 구색맞추기로 여겨져 필요할 땐 눈에 띄지만 아니면 바로 묻히고 사라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나 대만인 쯔위도 기회가 될 때 빨리 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효리가 이효리일 수 있었던 건 적당한 시점에 핑클이라는 테두리를 탈피하여 이효리가 된 것에 있었다. 인생은 정말 그런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있느냐가 포텐셜의 상한을 결정한다. 유키키가 성공할 거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들지만 그래도 자기 이름을 당당히 내걸면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쓴다고 유키카의 성공에 내가 뭐 기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유키카씨가 이걸 보고 힘을 얻고 열심히 활동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글로 이 블로그에 온 사람들이 이 글을 어쩌다 보게 되어 그녀의 존재와 음악을 알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수렵채집일기 > 운명을 개척하기 - 지혜와 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를 경험해야 한다 (0) | 2020.08.23 |
---|---|
행운을 부르는 뒷산오르기 (0) | 2020.08.20 |
운이 열리는 인간관계법: 기브 앤 테이크 (0) | 2020.08.17 |
우울할 때는 팔굽혀펴기를 (0) | 2020.08.11 |
행운의 비밀: 행운은 미래에서 온다 (0) | 2020.08.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