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지인이 선물해 주어 함께 마시게 된 막걸리다. 황칠 막걸리는 이전에도 한 번 마셔 본 적이 있는데, 구하기 어려운 전남 지역의 막걸리여서 매우 기쁜 마음으로 마셨다.
이전에 마셨던 황칠 막걸리는 아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2022.10.0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황칠 생 막걸리 (순천)
이 술은 소고기와 함께 마셨다. 최근에는 여러 안주와 함께 막걸리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 보니 오히려 이 막걸리라는 술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쌀이다. 쌀은 그 자체를 먹기보다는 다른 반찬과 함께 먹으면 훨씬 맛있는데, 이 술 역시 그렇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섬달천 황칠막걸리는 부재료 황칠이 들어갔지만 맛의 측면에서는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칠나무는 옻나무인데 그 맛은 상쾌하지만 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쌀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피어나는 막걸리에서 쓴 맛은 오히려 단맛을 잡아주면서 적절히 중화되어 느끼기 어려웠다. 재료를 의식하여 마셔서 그런지 살짝 화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역시 재료의 비중도 그리 높지 않을 테고, 또 막걸리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산미와도 중화가 되어 그런지 오히려 균형이 잘 잡힌 순수한 막걸리 같은 맛이었다. 약간 메론같은 단맛을 지니고 있는데 이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다.
향은 살짝 독특한 편이다. 달큰하고 고소한 곡주의 향이 지나고 나면 살짝 서늘하고 상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메론의 향긋한 향도 조금 느껴진다. 쌀로만 만들고 황칠을 살짝 넣은 술인데 어떻게 이런 향이 나는지 매번 향을 즐길 때마다 놀라곤 한다. 막걸리는 소박한 향을 지녔지만, 그만큼 단순하기에 더욱 향을 깊이 즐기기 좋다.
질감은 다소 묵직한 편이다. 재료를 충분히 썼다는 느낌이 든다. 액체가 무게가 있다보니 레그 (마실 때 잔 벽에 남는 길게 흐른 자국이 남는 흔적)도 많이 생기고, 상당히 녹진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9도 도수임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킥도 살짝 매콤하게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이건 황칠의 효과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 본다.
재미있는 술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술도 인연처럼 정말 새로움과 그 특별함 속에서 계속 끝없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결국 나는 어떤 막걸리에 정착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열심히 돈 벌고 재미있게 살면서 계속해서 견문을 넓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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