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는 와인 전문가의 추천으로 마셔 보게 되었다. 이번에 마셔 본 것은 호주 와인인데, 남부 호주의 패더웨이(Padthaway) 지방에서 포도를 직접 재배하고 이를 좋은 와인으로 만드는 롱바텀 (Longbottom) 가족의 파머스 립 (Farmer's Leap) 와이너리의 작품이라고 한다.
와이너리에 관한 정보는 아래 블로그 글에 잘 정리 되어있다.
<남부 호주 와인의 자존심 FARMER's LEAP>
https://blog.naver.com/winerefresh/222485652204
랜덤샷 (Random Shot)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캐주얼함과 달리 매우 진하고 독특한 풍미의 와인이었다. 이번에 마셔 본 것은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2013 빈티지인데, 무려 10년전에 만들어져서 2014년에 병입된 그런 제품이었다. 이렇게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은 거의 처음 마셔본 것 같다.
뚜껑이 코르크가 아니라 금속 캡으로 되어있어 편리했다. 사실 코르크보다 금속 캡이 더 보관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환경에도 더 좋을 것이다. 코르크 참나무를 베어 그 껍질을 굳이 채취하지 않아도 되니.. 덕분에 금속 캡을 믿고 며칠에 나누어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다.
맛은 상당히 드라이했다. 탄닌도 확실히 존재감을 내며 기분 좋은 씁쓸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산미도 어느 정도 느껴지는데 딱 단맛만이 희미해 진 느낌이다. 그래도 맛은 꽤 좋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상당히 상쾌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았다. 진짜 리프레싱한 술이라고 생각했다.
향은 토바코와 오크의 향이 느껴졌다. 드라이한 맛과 잘 어울리는 향이라고 생각했다. 오디(멀베리)와 같이 약간 검정 베리류의 향도 풍부하게 펴졌다. 호주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진지하게 마셔보는 건 또 처음인 거 같은데 (쉬라즈를 주로 마셨다), 칠레나 유럽의 카베르네 소비뇽과도 또 한층 다른 개성과 맛, 향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질감은 상당히 볼드한 편이고, 바디감도 좀 있는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쓴 맛이 좀 있고 알콜감도 살짝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러나 정작 도수는 14%로 평범하다), 질감이 약간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과장 해서 말하면 까끌까글함까지 살짝 느낄 수 있는 정도?
시간을 두고 마실수록 바디가 강해지고 좀 더 민트향이 생기면서 깊어지는 것도 특징이었다.
세상에 참 좋은 술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도 술 마실때 소맥만 때려 마실 게 아니라 이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면 너무 재미 없으려나? 그리고 지나치게 허세에만 빠지겠지? ... 이런 저런 걸 생각하다 보면 역시 이런 것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술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된다.
조금만 멀리서 떨어져 보면 우리 삶은 감사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그렇게 엄청나게 심각한 일도, 어려운 일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일들이고... 다만 그 안에서 자기만의 좋은 목표를 가지고, 덕을 쌓으며 조금이라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향해 가면 되는 거 아닌지 생각해 본다. 뻔하다면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힘을 얻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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