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쭉 앞으로 잘 달려가는 와중에 혼자만 어느 새인가 뒤쳐져서 찐따처럼 남겨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없다면 행운이지만...
아무리 잘나가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항상 클래스가 올라가면 또 그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한 반드시 위와 같은 열패감을 느끼는 때가 온다.
하물며 그리 잘나가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산다면, 조금만 잘못해도 약간 뒤쳐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주변을 민감하게 의식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주변보다 뒤쳐져 초조해지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경멸을 받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상당히 나르시시트적인 면이 강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천년 이상 동일한 공간 (한반도)에서 같은 언어와 같은 종교, 같은 철학,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자국민을 노예화 하던 역사를 가진 나라인 만큼, 동질성 + 착취전통으로 인해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거의 무슨 엄청난 도취감에서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아주 당연한 듯 착취하려 든다.
미친듯한 비교의식과, 우덜 찾기....
남들과 끊임없이 내가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 들며,
능력이나 인간적 매력이 아니라 '우덜' 즉,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지연, 혈연, 학연에 집착한다. 패거리가 되어 남들을 누르지 못하면 자기가 탄압을 당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엄청난 인구감소 - 출산율 저하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아래 시를 떠올리게 된다.
조선 후기에 정약용(丁若鏞)이 지은 한시인 애절양 (哀絶陽)이다. ‘절양(絶陽)’은 남성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것이다. 이 시는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을 슬퍼하는 작자의 심경을 읊은 것이다.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조자손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역사는 반복된다.
이 상태로라면 사실상 인구구조만 봐서는 대한민국은 조선 후기의 양태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것이 비과학적이고 너무나 거친 비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부유하고, 강하고, 잘 살고 있다. 조선 후기는 탈레반 정권이었고, 조선은 매우 가난하였으며 약한 국가였다.
하지만 한반도에 있는 우리는 계속해서 망해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는 것이 바로 역사 왜곡이다.
고려 또한 몽골의 지배를 받아들였으며,
조선왕조는 내내 명,청의 속국이었다.
게다가 일제 지배를 36년을 받았고,
지금 대한민국이 그나마 독립을 유지했지만, 글쎄, 1970년대 이전까지는 사실상 미국의 보호국이었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다.
22세기에 우리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썩어 빠진 착취의식과 비교의식, 그리고 '우덜'을 만들어 사회의 부를 털어먹는 붕당의 폐해를 하루 빨리 뉘우치고 그만 둬야 한다.
정말 이 것을 공산주의 이상으로 죄악시 하고 도대체 미국, 유럽, 일본과 우리의 정신 문화를 비교해서 뭐가 부족한지를 통렬히 반성하고 이를 고쳐 나가야 한다...
너무 급발진 했는데... 다시 첫 주제로 돌아오자.
나는 여전히 비교의식과 우월의식과 싸우고 있고, 얼마 전에도 아주 뒷맛이 씁쓸하고 나쁜 경험을 했다.
모두가 나를 일부러 떼어 놓고 앞으로 쭉 간 흉내를 내며, 불쌍한 눈빛으로 나에게 연락해서 조롱을 한 후,
"미안하다, 취해서 그랬다"로 퉁치고 넘어갔다.
나는 사실 이제 그런 공격에 흔들릴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상대방은 그걸 전혀 모른다는 거였지만...
그래서 이번에 이 경험을 당하며,
내가 살면서 겪었던 이 소외감을 다시 한 번 멀리서 반추해 볼 수 있었다.
자기들이 나를 두고 멀리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 눈빛, 그리고 우월감에서 나오는 희열과 전율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연민을 느꼈다.
마치 지구에서 보는 태양은 7분전의 태양인 것처럼 (빛의 속도로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7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전은 7분전의 태양이다), 당신이 보는 나는 몇 년 전의 나인데...
그러나 증명할 의욕도 나지 않았다. 몇 년 전의 나도, 역시 나인 것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썩어 빠진 문화로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서울이라는 괴물같은 도시에서 말이다.
그러나 나쁜 건 당신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전통과 문화다.
힘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라. 뒤쳐진 건 뒤쳐진 것이라고 해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를 필요는 전혀 없고,
거꾸로 영원히 그 자리에서 의기소침하여 머물러 있다면 이젠 진짜 당신 책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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