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마크 홀리 (Mark Holy) 오리지널 막걸리가 등장했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3병을 시켜 마셔 보고 리뷰를 쓴 지 벌써 1년여가 지나고 있다.
2022.06.29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Mark Holy 마크 홀리 오리지널 6.0
이 마크 홀리를 만드는 성수동의 홀리 워터 (Holy Water, 즉 聖水) 양조장에서 10.0도짜리와 12.0도짜리 고도주 막걸리가 나왔다는 걸 알고, 바로 주문해서 마셔 보았다.
그래, 이왕 프리미엄을 제대로 만들려면 나는 6.0도 짜리를 만들어서 비싸게 받는 것 보다, 아예 10도 나 12도, 나아가 14도 짜리를 만드는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홀리워터에서는 바로 이 길로 나아갔다.
이번에 먼저 마셔 본 것은 10도짜리였다. 한 잔 들이킨 순간, 바로 나는 이 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꺠달았다. 머릿속에 각인된 완벽한 전내기 - 그 이미지에 정말 가까운 한 잔이라고 할 수 있다.
달콤하고 녹진한 액체가 적당한 강도의 알콜과 함께 입을 두드려 주고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강렬한 달콤함을 누르는 좋은 쌀의 고소함과 윤택한 씁쓸함이 일품이고, 맛이 상당히 중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느낌이다. 크리미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달콤함이 은은하게 남으면서 끝자락에는 식물성의 풀잎맛이 느껴진다.
향 또한 매우 좋다. 고급 재료로 만든 막걸리 특유의 과실향이 느껴진다. 약간 메론 계열인데 이 과실향은 6도짜리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따라오는 막걸리의 달큰한 향과 잘 발효된 누룩의 향이 고급스럽고 은은하게 띠라온다. 향 측면에서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12도짜리의 향과 맛이 정말 기대되는 정도다. 10도가 이정도인데 가장 전내기 (물을 타지 않은 원주)에 가까운 12도 짜리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질감은 역시 농도가 짙고 점도가 높다. 확실히 꾸덕하게 흐른다. 초콜렛을 녹여 먹는 것 같은 질감이 아주 좋다. 안주는 다소 뷸륨과 덩어리의 존재감이 있는 고기나 육전이 제격일 것 같다.
마크홀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약간 마케팅에 치중하는 그런 술이 아닐까 생각했다. 6도는 약간 라이트하고 맥주같은 맛이 나는 독특한 술이고 맛도 좋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막걸리의 전통과는 살짝 결을 달리하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10도를 마시면서 이 홀리워터 양조장의 솜씨를 인정하게 되었다.
홀리워터는 원래 맥주를 만드는 ABC(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김태경 대표가 만든 막걸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곳이다. 이렇게까지 제대로 막걸리를 만들어 낼 줄은 몰랐는데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ABC에서 만드는 맥주도 다시 한 번 마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여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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