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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ful Things/술 추천

술 추천: 삼양춘 (인천, 12.5도)

by FarEastReader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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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주는 술 빚는 과정을 세 번 거쳐 만드는 술이다. 동일한 과정을 세번 거친다는 것만 생각해 보아도, 이것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삼양주는 먼저 멥쌀, 찹쌀 등을 깨끗이 씻어 가루내어 죽을 쑤어 식혀 누룩과 혼합하여 밑술을 담근다(1차 담금). 밑술에 다시 멥쌀 또는 찹쌀 죽과 누룩을 섞어 두 번째 밑술을 만들고(2차 담금), 두 번째 밑술에 고두밥과 누룩가루를 섞어(3차 담금) 술을 빚는다. 그러나 각 담금 과정에서 과정에서 죽을 쑤거나, 고두밥을 넣는 등의 디테일은 술을 만드는 양조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삼양주는 또 굉장히 폭 넓은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양조 기법이기도 하다.

이 삼양주 기법을 술 이름 전면에 달고 나온 막걸리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삼양춘이다.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양조장 송도향주조에서 나온 이 술 역시 프리미엄 막걸리계에서 아주 잘 알려진 술이다.

역시 첫 잔부터 깊은 맛이 매우 인상적이다. 얼마전 리뷰한 문경 지역의 문희 역시 세번 이상의 담금을 거치고(삼양주), 평택의 명주 천비향은 다섯번의 밑술을 담그는 작업을 거친다 (즉, 천비향은 오양주이다).

2022.11.13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문희 (문경주조)
2022.06.27 - [Useful Things/술 추천] - 술 추천: 천비향 생주


이 삼양춘을 검색해 보다가, 아주 흥미있는 리뷰를 발견했다. 삼양춘 뿐만 아니라, 전통주 전반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리뷰를 남기는 블로그이기에 링크를 소개한다.

https://blog.naver.com/dnr6578/222469839638

[인천]삼양춘 탁주

술 이름 : 삼양춘 탁주 양조장 : 인천광역시 남동구 송도향 전통주조 원재료 : 정제수, 찹쌀(국...

blog.naver.com


위 리뷰가 훌륭하지만, 역시 나도 나 나름의 감상이 있다. 먼저 맛이다. 삼양춘은 기본적으로 달콤한 술이다. 쌀로 만든 곡주의 둥글고 부드러운 단맛이 알차게 잘 표현된 그런 술이다. 약간 메론에 가까운 단맛이 매우 부드럽고 녹진하게 퍼져나간다. 그러나 단맛은 서서히 고소하고 드라이한 맛으로 바뀌어 간다. 시작과 완전히 정반대의 맛으로 끝맛이 바뀌는 것이다. 이 과정은 짧지만, 분명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맛의 뉘앙스가 전반적으로 풍부해지고 균형이 잡혀있는 인상을 준다. 삼양주의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층위의 맛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한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일본어로 코쿠(コク)라고도 하는 이 깊은 맛은, “입 안 가득 풍부한 맛, 묵직한 맛, 깊은 맛”이라고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 술에서도 이 코쿠를 느낄 수 있다.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에서 특히 느껴지는 이 깊은 코쿠를 삼양춘에서 느낄 수 있어 꽤 놀랐다. 정성들여 잘 만든 술의 맛이란 정말 깊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삼양춘은 향 또한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향이 진하고 존재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달큰한 막걸리향이 묵직하게 올라오고, 향긋한 메론향과 싱그러운 들풀향이 마무리를 만든다. 중간에 막걸리향과 함께 스쳐가는 누룩향도 즐길만 하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강한 향이 매력적이다.

내가 존경하는 조선일보의 박순욱 기자님께서 이 삼양춘과 삼양춘을 만드는 송도향주조에 관해 기사를 남겼으니 꼭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0/2019122001499.html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biz.chosun.com


마지막으로 질감이다. 다소 바디감이 있고 꽤 농도가 높은 편이다. 유리잔에 담아 마시면 쌀의 흔적들이 유리벽에 촘촘히 끈적하게 남는다.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곡물주 특유의 거친 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매력이다. 물의 느낌 또한 맑고 매끈하다. 탄산은 거의 없으나 알콜이 12.5도로 높기 때문에 부드럽고 진득한 액체를 뚫고 피어나는 알콜의 부드러운 킥도 느낄 수 있다.

어찌되었든 오늘 이 순간까지 살아 남아 이렇게 좋은 술을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클래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삶은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보고 싶다. 그러면서 이런 좋은 막걸리들도 계속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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