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렵채집일기/운명을 개척하기 - 지혜와 운

더 많이 가진다는 것

by FarEastReader 2022. 2. 5.
728x90
반응형

맥도날드의 창업자 - 라고 해야 하나 맥도날드를 제대로 키워낸 기업가인 레이 크록 (Ray Kroc)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파운더 (The Founder, 2016년 작품, 존 리 행콕 감독)를 보았다.

이번 설에 어떤 친구가 소개해 줘서 보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이미 사업을 크게 성공시킨 친구로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할 부분이 많은 친구다.

영화는 정말 좋았다. 역시 실화는 모든 픽션을 뛰어 넘는 감동과 충격이 있다. 이런 종류의 영화로는 포드 vs. 페라리도 있었는데 역시 재미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파운더는 단순한 선악구도나 주인공의 선한 의도나 열정에 넘치는 순수한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레이 크록이라고 하는 열정적인 사람이 어떻게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를 발견하고, 이걸 키우고, 또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손에 넣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별다른 과장 없이, 또 자극적 장면 없이 충분히 흥미로운 서사와 함께 제시한다.

인간이 어떻게 원하는 걸 손에 넣고, 욕망을 충족시키는가 - 그리고 이 과정은 어쩌면 당연히 추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이다 - 이 것을 담담히 보여 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공짜로 무언가가 얻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은 상당부분, 아니 일부라도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쟁취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결코 순탄할 리가 없다. 혹시 한번이라도 이 투쟁 과정을 겪어 봤다면 이게 얼마나 빡세고 냉혹한지 잘 알 것이다.

 

나 또한 이 과정에서 싸움과 실망을 반복해 왔다. 많이 지기도 했고, 도망도 쳐 봤다. 

하지만 여기서 버텨내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란 정말 어렵다.

 

레이 크록은 맥도널드를 가지게 되었고, 좋은 와이프와 이혼하고 새로이 발견한 여자와 재혼하기도 했다.

돈과 성공, 그리고 사랑까지 전형적으로 남의 것을 빼앗아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아주 가까운 최근 사례를 들자면 일론 머스크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을 만들어 냈다. 테슬라의 창업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테슬라의 창업자가 되었고, 사랑도 영향력도 뭐든지 결국 성공 한 후 다 쟁취해 냈다.

 

하지만 정말 불편하다. 어쩌면 내 자신이 이런 싸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또는 이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타오르는 전의와 함께, 불안감과 공포라는 불편함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독해져야, 얼마나 못되져야 이런 성공이 가능할까.

정말 이런 방법 말고는 삶이라는 투쟁에서 성공을 얻을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존경하는 정주영 회장의 강연에서 정주영 회장님은 '전쟁 말고는 어려움이 하나도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목숨을 잃어야 하는 전쟁이 아니니, 안전한 생명을 보장 받은 상황에서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성공을 위해 궁리하고, 안되면 되게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하면서 마음 먹은 것을 이루어 내라는 격려다.

 

어쩌면 사는 거 자체가 전쟁일 수도 있는건데, 정주영 회장 같이 저돌적인 사람은 거꾸로 죽지만 않으면 어떤 고생이든 감내할 수 있다고 믿고 뜨겁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이 가진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욕망을 이루어 낸다는 것 -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계에는 육식동물의 수는 적고, 초식동물의 수가 훨씬 많다고 한다.

당연히 포식자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아마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레이 크록도 52세 때까지는 중산층 수준의 외판원이었는데, 맥도널드의 발견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고 약 10년 정도의 기간 안에 대 제국을 일구어냈다.

 

어차피 그렇게 큰 성공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고, 한 번 터지면 아주 빠르게 큰 규모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면, 역시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 인간의 의지와, 또 그 한사람의 욕망이라는 뜨겁고 끈적한 것이 불태워내는 엄청난 에너지 앞에서 나름의 큰 좌절감과 반성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블로깅을 하는 초라한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한 번은 왔으면 좋겠다.

좀 새롭고 훨씬 즐거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간만에 인생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

 

The Founder 영화의 한 장면

 

728x90
반응형

댓글